[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2 동점 상황. 8회말 무사 2루서 3번 타자의 타석이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1푼이나 된다.
그런데 감독이 대타로 바꿨고 희생번트를 댔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20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서 실제로 낸 작전이다.
2-2로 팽팽하던 8회말 선두 2번 문성주가 우익선상 2루타를 쳐 무사 2루의 결정적 찬스가 만들어 졌다. 바로 다음 타자가 김현수라서 더욱 기대치가 올라갔다. 김현수는 득점권 타율 4할1푼으로 NC 박민우(0.453), LG 신민재(0.424)에 이어 전체 3위에 올라있는 타자다. 그 뒤로도 4번 문보경, 5번 박동원 등 충분히 한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들이 있기에 기대가 큰 상황.
롯데가 최준용 대신 정철원으로 바꾸며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상황에서 염 감독은 김현수가 아닌 대타 구본혁을 냈다. 분명했다. 치는 것이 아니라 희생 번트를 대서 2루 주자 문성주를 3루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구본혁은 초구 149㎞의 높은 볼을 지켜봤고, 2구째 148㎞의 직구가 가운데 높게 오자 번트를 댔고, 이 타구는 기가막히게 3루측 라인쪽으로 천천히 굴렀다. 2루주자가 3루로 가기엔 충분했다. 롯데의 수비가 조금만 지체되면 구본혁까지 세이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댄 번트. 포수 정보근이 빠르게 달려가 잡고 1루로 강하게 던져 아웃.
1사 3루서 4번 문보경이 섰고 롯데 내야진은 모두 전진 수비를 섰다. 문보경이 친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 좌측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가 되며 문성주가 여유있게 홈을 밟아 3-2가 됐다. 염 감독이 원한 그림대로 결승점을 뽑았다.
이후 2사 만루의 추가 득점 찬스가 이어졌지만 아쉽게 득점엔 실패. 하지만 괜찮았다. 처음부터 1점만 필요했다. 그래서 김현수를 빼고 구본혁을 넣어 굳이 번트를 시켰다.
바로 마무리 유영찬이 있었기 때문. 유영찬은 9회초 등판해 전민재를 3루수앞 땅볼, 황성빈과 한태양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유영찬의 안정적인 마무리 능력을 믿었기 때문에 1점만 바라보는 극단적인 작전을 펼칠 수가 있었고, 그 그림대로 LG는 승리를 거두며 2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유영찬은 지난해 26세이브를 올리며 고우석이 떠난 LG의 마무리 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 프리미어12를 다녀온 뒤 메디컬 체크에서 주두골 미세 골절이 발견돼 긴 재활을 한 끝에 6월 1일 돌아왔고 이후 이날까지 16경기서 1승1패 8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의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150㎞가 넘는 빠른 직구를 뿌리지만 "155㎞를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많다. 난 강속구 투수는 아닌 것 같다"고 한 유영찬은 "등판했을 때 코너, 코너 제구에 신경을 많이 쓰고 포수가 누구든 포수의 사인대로 정확하게 던지려고 한다"며 자신의 호투 비결을 말했다.
지난 18일과 20일 김진성 이정용 유영찬의 필승조가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거둔 LG이기에 뒷문에 대한 자신감은 더욱 높아졌다. 선발과 타선만 제몫을 하면 후반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