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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은퇴할 선수를 데리고 온 거야?' 꼴찌팀 황당 영입, 1등팀 '대박'에 변명도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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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니, 은퇴할 선수를 데려온 거야?

잘 되는 집은 뭘 해도 잘 된다. 안 되는 집은 뭘 해도 꼬인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명암이 극과극으로 갈리고 있다.

최하위 키움은 카디네스의 부상으로 6주간 대체 외인으로 쓴 외국인 타자 스톤과 이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4홈런을 기록한 타자로, 허약한 중심 타선에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실상은 참혹했다. 22경기 타율 2할4푼1리 2홈런 15타점. 그렇게 못 치던 홈런을, 계약 만료를 확인하고 치른 2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때려냈다. 엄청난 근육질 체구에서 직감하듯 파워 자체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것도 공을 맞혀야 의미가 있다. 컨택트가 전혀 되지 않았다. 93타석에서 삼진이 24개. 출루율은 2할8푼. 중심에 배치 안 할 수도 없는데 찬스를 다 날려먹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건 키움에서의 최종전이 자신의 프로 마지막 경기였다는 것이다.

이제 갓 서른살 된 선수가 갑자기 은퇴를 선언해 버렸다. 십수년 이상 한 야구인데 커리어를 접는다는 건 엄청난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키움에 오기 전부터 어느정도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을 접고, 마음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의미. 한국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자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미 야구에 대한 생각을 어느정도 정리한 선수가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최하위 성적에 외국인 선수를 보는 선구안도 부족한 키움이었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물론 키움쪽에서는 "이런 선택을 할 거라 예상도 못했다.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으면 내년에도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전했는데, 은퇴한다고 하더라"며 당혹스러움을 표현했다.

한 야구인은 "메이저리그도 아닌 KBO리그에서도 이렇게 못하니, 선수가 멘탈이 무너져 갑자기 은퇴해버린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키움은 안 그래도 올시즌 파격적인 외국인 타자 두 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승장구하던 후라도-헤이수스 두 투수를 버리고, 푸이그-카디네스 두 재활용 타자를 영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점수를 못 내면 이길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해하기 힘든 이 기묘한 결정을 외부에서는 키움의 몸값 아끼기로 해석했다.

예상대로 결론은 참담한 실패였다. 푸이그는 40경기 0.212의 타율과 6홈런, 20타점의 초라한 성적만을 남긴 채 짐을 쌌다.

투고타저 시즌 속 2할대 승률로 추락하며 상황이 심각해지자 키움은 푸이그 대신 투수 알칸타라를 데려왔지만, 이미 만회할 타이밍은 늦었다. 부상복귀를 앞두고 있는 카디네스도 초반 반짝하며 희망을 던졌지만 출산 휴가를 다녀온 시점과 맞물려 약점이 파악되면서 제 실력이 적나라 하게 드러났다. 53경기 0.238의 타율과 5홈런, 25타점. 초반 타점왕 기세는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다.

두 선수 모두 '폭망'하며 시즌 전체가 꼬여버렸다. 여기에 단기 대체 영입까지 망쳤으니 돈은 돈대로 쓴 올해 외국인 농사는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선수 뽑는 게 쉬운 줄 아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선두 한화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 없다.

한화는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의 예상치 못한 부상에도 당황하지 않고 리베라토라는 수준급 타자를 영입했다.

리베라토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자 후반기 시작과 함께 플로리얼을 리베라토로 완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리베라토는 '정규직' 명함을 받기 무섭게 두 경기 연속 3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한화의 선택에 보은했다. 한화가 여러 비상 상황에 대비해 미리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해석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외인 농사를 둘러싼 키움과 한화의 엇갈린 명암. 그 결과는 독보적 1위와 독보적 꼴찌로 귀결되고 말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