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생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져 눈을 비비며 다시 보게 될 때가 있다. 한화 이글스 이원석과 KIA 타이거즈 김호령이 최근 '서프라이즈 홈런'으로 팬들 마음을 뒤흔들었다. 홈런을 친 선수 본인도 크게 놀랐을 것이다.
이원석은 6월 1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2회말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1사 만루에서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던진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왼쪽 관중석으로 날렸다. 2019년 데뷔해 7년 만에 만루 홈런을 때렸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첫 만루 홈런이다. 이원석은 전형적인 교타자다. 발이 빨라 전문 대주자로 출전해 왔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2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4개'를 쳤다.
김호령은 7월 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1~2호 홈런을 몰아쳤다. 2회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1점 홈런, 5회 장현수를 맞아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데뷔 첫 만루홈런과 프로 첫 멀티홈런을 동시에 달성했다. 외야수 김호령은 빠른 발을 활용한 수비가 강점이다. 외야 슈퍼캐치로 자주 소환된다. 타격이 약해 아쉬웠던 그가 입단 11년차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한신 타이거즈 유격수 오바타 료헤이(25). 요즘 그의 행적을 보면 이원석, 김호령을 떠올리게 된다. 2019년 신인 2지명 입단. 프로 7년차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2020년 1군에 데뷔해 그해 54경기에 나가 28안타를 쳤다. 지난해까지 '54경기-28안타'가 한 시즌 최고 기록이었다.
환골탈태해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있다. 그는 21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도쿄돔 원정경기에 6번-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56번째 출전 경기였다.
1m84-78kg. 유격수로서 신체 조건, 운동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신 팬들에게 오바타는 오랫동안 어깨가 강한 내야수였다. 지난해 타격으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쉽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지난해 7월 월간 타율 0.372를 기록했다. 그러나 장타로 주목받은 적은 없다.
지난 시즌까지 458타석에서 '2홈런'을 기록했다. 2022년 첫 홈런을 치고, 지난해 홈런 1개를 추가했다. 타격 기회도 적었지만, 장타와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포의 대포'로 떠올랐다. 상대 투수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가 됐다.
21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전. 오바타는 2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우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볼카운트 1S에서 요미우리 좌완 선발 이노우에 하루토가 던진 몸쪽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0-0에서 선제 홈런이 나왔다. 오바타는 전날(20일) 요미우리전 2회초 선제 결승 1점 홈런을 쳤다. 시즌 1호이자, 통산 3호 홈런을 쳤다. 2경기 연속 홈런도 처음이다.
3회초 1사 1루. 이번엔 초구를 노려 쳐 오른쪽 관중석으로 날렸다. 2회초 홈런과 비슷한 코스로 들어온 공을 비슷한 방향으로 보냈다.
오바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3-0. 한 경기 2홈런도 당연히 처음이다. 20~21일 3홈런. '서프라이즈'의 연속이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 요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같다.
6년간 '2홈런'을 친 타자가 이틀간 대폭발 했다. 한신 더그아웃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놀랍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고 흥미롭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행복한 놀라움이다.
오바타가 멀티홈런을 기록한 21일, 한신은 매끄럽게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5-0으로 앞서다 5대6 역전패를 당했다. 5-0으로 앞선 7회말 잘 던지던 선발투수 이토하라 마사시가 갑자기 무너졌다. 요미우리 3번 요시카와 나오키가 경기 개시 3시간 36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5-5 동점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트렸다.
한신은 원정 3연전 스윕에 실패했지만, 9.5경기차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라이벌 요미우리전에서 13승5패를 기록 중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