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실점 후에도 '할 수 있다'는 눈빛이 있었다."
'돌아온 수원FC 캡틴' 이용과 함께 수원FC의 위닝 멘탈리티가 돌아왔다.
지난 18일, 동아시안컵 직후 재개된 K리그1 수원FC-광주FC전. 3연패, 6경기 무승(2무4패), 리그 11위의 수원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22분 광주 아사니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9분 '폭풍 이적생' 윌리안의 동점골,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이적생' 안드리고가 상대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짜릿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7경기 만의 승리, 올 시즌 수원이 선실점 후 역전승한 첫 경기다. 한여름밤 캐슬파크, 실로 오랜만에 '수엡극장'이 다시 열렸다. 팬도,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하나가 됐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는 '39세 캡틴' 이용의 복귀전이었다. 지난 4월 안양 원정에서 종아리 근육을 다친 지 3달여 만에 그라운드에 다시 섰다. 캡틴의 컴백과 함께 승점 3점이 돌아왔다. 경기 후 김은중 수원FC 감독도 이 부분을 콕 집어 언급했다. "오늘 경기는 이용 주장의 '3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다. 이용 선수에게 늘 고맙다. 이용, 지동원 등 고참선수들이 앞에서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우리 팀은 어느 하나가 아닌 모두가 다같이 열심히 뛰는 팀"이라고 했다. "이제 필요한 건 연승이다. 위닝 멘탈리티가 생겨야 한다. 그 시발점이 오늘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다면 충분히 좋은 위치로 올라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캡틴' 이용의 생각도 김은중 감독과 같았다. "광주전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긍정적으로 본 것은 후반 먼저 한 골을 먹은 후 '할 수 있다'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 서로 '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좀 바뀌고 있구나'를 느꼈고 결국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연승을 하고 승점을 계속 쌓아야 한다. 광주전 역전승은 그런 힘을 받을 수 있는 경기"라고 말했다.
수원FC는 여름 이적시장,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팀중 하나다.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안데르손이 서울로 떠났고, 윌리안, 안드리고, 안현범, 한찬희, 이시영, 김경민 등 6명의 선수가 영입됐다. 많은 변화 속에도 수원FC의 수비 조직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역전승의 발판은 이용 등 베테랑을 중심으로 단단한 수비 조직력이 유지된 덕분이다. 이용은 "새로운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3주동안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연습했다"고 했다. "빌드업 과정이나 수비 조직력 부분에 신경을 썼다. 광주전에서 그런 부분이 잘 됐다"고 돌아봤다.
'86년생 투혼 풀백' 이용은 K리그 베테랑들의 희망이다. 복귀전에서도 오른쪽 라인을 오르내리며 83분을 거뜬히 소화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동원도, 윤빛가람도 인터뷰 때면 "용이형도 저렇게 뛰시는데" 한다. 이용 역시 "나도 (이)동국이형을 보며 뛰었다"며 웃었다. "'형 1년이라도 더 뛰어주세요' 했던 것같다. 동국이형을 보면서 저도 힘을 많이 받았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중고참 후배들도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오래 하는 선수들은 오래 하지만 30대 중반 FA가 되는 선수들이 기회도 못받고 은퇴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경기를 뛰면서 마무리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현실을 짚었다. "당연히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되는 게 맞다. 내가 최대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베테랑 선수에게 경기력만큼 중요한 것이 감독과의 '케미'다. 전북 시절 이동국에게 최강희 감독이 있었듯 '수엡 캡틴' 이용에겐 믿고 써주는 김은중 감독이 있다. 이용은 "감독님이 늘 믿어주신다. 제 장점을 살리고 체력을 안배하기 위해 전술적으로도 맞춰주신다. 어떤 마음으로 믿어주시는지 알기 때문에 연습 때나 경기장에서나 몸으로 좀더 헌신하려고 한다. 몸이 안되면 소리라도 한번 더 지르려고 한다"고 했다. "감독님의 믿음만큼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다친 후 팀 성적이 계속 좋지 않아 너무 죄송했다. 감독님이 '다 낫고 와서 하라'는 말씀이 마음 아팠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고 싶었는데 나이 탓인지 회복이 빨리 안돼 너무 답답했다"며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지난 세 달, 재활기간을 떠올렸다. "감독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한발 더 헌신하고,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아직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남은 경기 모든 선수들이 최대한 노력하고 잘 준비해야 한다"며 후반기 반등을 다짐했다.
'베테랑 캡틴' 이용은 광주전 역전승, 7경기 만의 승점 3점이 후반기 반전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봤다. "역전승도 처음이고 휴식기 후 승리한 적도 처음이다.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를 역전해 이겼기 때문에 분위기는 더 끈끈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선수들과 새로온 선수들이 더 응집해서 남은 경기에서 반드시 반전해야 한다"면서 "경기를 뛸 때, 빌드업할 때 더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고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면 좋겠다. 새로 온 친구들의 간절함이 크다.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기존 선수들도 이 선수들을 보고 자극을 받으면서 팀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맑은 날도, 비오는 날도 한결같이 응원해주는 수원FC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팬들게 감사드립니다. 후반기엔 달라진 모습, 승리를 가져오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끝까지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수원FC는 22일 오후 7시30분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질 K리그1 23라운드 포항 원정에서 시즌 첫 연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