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불펜은 최소 145㎞, 가능하면 150㎞ 이상 던져주면 좋다. 위기를 구위로 이겨낼 수 있어야하니까…"
롯데 자이언츠 불펜이 한층 든든해지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계 최고의 핫가이 중 한명인 홍민기 덕분이다.
대전고 출신 홍민기는 2020년 2차 1라운드(전체 4번)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m85의 이상적인 키에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투수. 하지만 프로 1군 무대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공만 빠를 뿐 제구가 안되고, 투구폼이 크다보니 주자 견제도 아쉬웠다.
투구폼을 보다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가다듬으면서 다른 선수가 됐다. 150㎞대 초중반의 위력적인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빵빵 꽂힌다.
갑자기 등장한 히트상품이 아니었다. 시간날 때마다 2군을 오가며 유망주를 찾던 김태형 롯데 감독의 눈에 들었다.
지난 6월 18일 한화 이글스전 대체선발 등판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날 4이닝 1실점으로 역투한 홍민기는 최고 156㎞의 매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7월 8일 두산 베어스전 때는 기존 선발투수 김진욱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하며 다시 한번 대체선발로 발탁됐다. 올시즌 12경기(선발 2)에 등판, 22⅓이닝 동안 2홀드 평균자책점 1.21을 기록중이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마무리캠프부터는 선발로 육성하겠다. 올시즌 후반기까지는 불펜으로 쓴다"고 천명했다.
감보아-데이비슨-박세웅-이민석-나균안으로 구성된 5선발에 구멍이 생기면 심재민-김진욱과 더불어 대체 선발로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의 구승민이나 김상수 등 베테랑 불펜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빠진 상황.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베테랑 불펜들의 공백에 대해 "컨디션에 대해 따로 내가 보고받을 선수들은 아니다. 몸 상태만 괜찮으면 1군에 올라올 선수들"이라면서도 "불펜은 최소 145㎞ 이상의 직구를 던져줘야한다. 150㎞ 이상이면 더 좋다"며 베테랑의 경험보다는 구위를 강조해왔다. 이들이 1군에 올라오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려면 구위가 돼야한다는 것.
1차로 지난해 김강현-박진 등 중견 신인들을 발굴해 불펜으로 활용했다. 김강현은 올해도 롱맨 겸 추격조로서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는 홍민기다. 전반기 초반 정현수-송재영의 활약에 이어 왼손 투수 가뭄이라던 롯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좌완투수로 급부상했다. 특히 정현수가 전반기에만 54경기를 던지며 피로가 쌓인 상황. 기존의 정철원, 5월부터 불펜에 합류한 최준용과 함께 단단한 필승조 라인을 구성했다.
최준용 역시 평균 150㎞ 이상의 직구를 보여주며 더 좋아진 구위를 뽐내고 있다.
롯데는 8년만의 가을야구를 꿈꾼다. 에이스 감보아가 건재하고, 최근 이민석이 든든하게 선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데이비슨이나 나균안도 자기 몫을 해주는 투수들이다. 박세웅만 슬럼프를 탈출한다면, 막강한 필승조와 함께 단순히 5강 그 이상을 꿈꿀 수 있다.
여기에 윤성빈까지 더해진다면 어떨까. 윤성빈은 후반기 개막과 함께 1군에 합류했지만, LG 트윈스와의 4연전 엘롯라시코가 매경기 접전을 치르는 긴박한 상황 속에 아직 한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성빈은 올시즌 기준 최고 158㎞의 강속구를 보여준 투수다. 김태형 감독 스스로도 가을야구 진출만이 목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윤성빈이 단 한타자일지라도 위기의 순간 자기 역할을 해주고, 홍민기-최준용-정철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와 마무리 김원중이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