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어썸킴' 김하성(30·탬파베이)의 어깨 상태가 이상하다.
무난한 병살 찬스에서 1루를 향해 어색한 스로잉으로 송구를 했다. 속도도 나오지 않았고, 방향도 정확치 않았다. 병살 플레이는 무산됐고, 이는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이닝에 교체됐다. 경기 초반인 3회에 벌어진 상황이다. 문책성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어깨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 혹시 부상이 재발한 것일까.
김하성이 경기 초반에 교체됐다. 유격수 수비 과정에서 나온 어색한 송구로 실점한 직후였다.
김하성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조지 M.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6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또 타순이 변경됐다. 김하성은 전날 경기에는 모처럼 2번 타자로 나와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2볼넷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김하성은 상대 우완 선발 션 버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나갔다. 최근 김하성은 볼넷을 잘 골라나가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4개의 볼넷으로 경기당 1개꼴로 기록 중이다. 이날도 첫 타석에서 버크와 만난 김하성은 상대의 제구 난조를 이용해 손쉽게 출루했다. 버크는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려다 3연속 볼을 던졌다. 4구째가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지만 다섯번재 공이 다시 높이 떴다.
편안하게 1루에 출루한 김하성은 후속 크리스토퍼 모렐 타석 때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최근 3경기 연속 도루로 빠른 스피드 능력을 과시했다. 동시에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겼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김하성이 차려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모렐이 삼진을 당한 뒤 대니 젠슨이 볼넷을 골라내 1사 1, 2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 타일러 월스와 챈들러 심슨이 각각 삼진과 1루수 땅볼에 그치며 득점이 무산됐다.
이 다음 수비 이닝 때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3회초 화이트삭스의 공격, 1사 만루에서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의 2타점 좌전 적시타로 5-0으로 달아난 화이트삭스가 1사 1, 3루에서 공격을 이어나갈 때였다.
탬파베이 선발 쉐인 바즈는 타석에 나온 콜슨 몽고메리를 상대로 초구 몸쪽 커터를 던져 1루 땅볼을 이끌어냈다. 탬파베이 1루수가 전진해 공을 잡았고, 2루수가 1루 커버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2루로 송구했다. 이미 2루 커버에 들어온 유격수 김하성이 베이스를 밟고 서 있었다.
병살 유도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2루 송구는 정확했다. 그런데 베이스를 밟은 채 공을 받은 김하성의 1루 송구가 좋지 못했다. 2루로 슬라이딩하는 로버트 주니어를 의식한 것인지 사이드 스로로 던진 공은 빠르게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느리게 1루로 향했다.
방향도 문제였다.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던 탬파베이 2루수 월스의 글러브 왼쪽으로 치우쳤다. 월스는 결국 베이스에서 발을 떼고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월스가 잘 캐치하지 못했다면 악송구로 더그아웃쪽으로 갈 뻔했다.
결국 김하성의 좋지 못한 송구 때문에 탬파베이는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실점을 했다. 1루 주자 루이스가 2루에서 아웃된 사이, 3루에 있던 미구엘 바르가스는 홈을 밟았다. 그나마 김하성이 다음 타자 레닌 소사의 타구를 잡아 2루에 던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덕분에 더 이상의 추가실점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플레이가 나온 직후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곧바로 김하성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3회말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난 뒤 4회초 수비이닝이 시작될 때 유격수 김하성을 호세 카바예로로 교체했다. 카바예로는 2루 수비로 들어갔고, 선발 2루수 월스가 유격수로 포지션을 이동하는 것으로 내야 수비진이 재정비됐다.
겨우 한 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은 김하성을 경기 초반에 뺀 것은 다분히 3회초 1루 송구 장면 때문이다. 다만 이런 캐시 감독의 결정이 '문책성'인가, 아니면 '부상체크용'인가를 두고 해석의 여지가 갈릴 수 있다.
결론부터 따지자면 두 목적이 어느 정도 공존한다고 볼 수 이다. 다만 중심은 어깨 상태 체크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하성은 이미 알려진대로 팀내 최고연봉(1300만달러) 선수다. 메이저리그는 몸값이 곧 팀내 위치로 이어진다. 김하성급의 선수를 완전한 실책이 아닌 어색한 송구 장면 하나 때문에 질책의 의미로 빼는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 거의 드물다. 다른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약간 담긴 정도라고 봐야 한다.
정작 이런 심리적인 이유보다는 김하성의 오른쪽 어깨 상태를 체크하기 위한 교체의 의미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의 송구 장면을 반복해서 보면 이상한 점이 확실히 보인다. 미리 2루에서 송구를 기다리고 있었고, 1루수의 송구도 꽤 정확했는데도 병살플레이를 만들지 못했다.
화이트삭스 타자주자 몽고메리가 발이 빠른 편도 아니다. 올해 빅리그에 처음 데뷔한 몽고메리는 아직 도루가 1개도 없다. 마이너리그에서도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총 15도루에 그쳤을 뿐이다.
그럼에도 병살 플레이를 실패한 건 순전히 김하성의 1루 송구가 나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구에 방해가 될 만한 요인은 별로 없었다. 이미 송구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공을 받았고, 1루에서 달려오던 주자도 그렇게 심하게 송구를 방해하는 주루를 펼치지 않았다.
게다가 김하성이 송구하던 때 마치 어깨가 불편한 듯 공을 끝까지 뿌리지 못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지난해 수술을 받은 오른쪽 어깨에 불편함이 생긴 듯 하다. 그리고 탬파베이 벤치 역시 이런 모습을 알아채고 급히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김하성의 어깨 상태를 보다 면밀히 체크하기 위한 결정이다. 만약 김하성의 어깨에 다시 통증이 생겼다면, 다시 재활에 들어갈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 이날도 탬파베이는 5안타에 그치며 3대8로 졌다. 후반기 시작 직후 2연승에 이어 다시 2연패에 빠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