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시아투어 수익 손실을 피하려는 토트넘 홋스퍼의 의도된 지연작전?
한동안 뜨겁게 이어졌던 손흥민(33·토트넘)의 이적설이 잠잠해졌다. 여름 이적시장 초반까지만 해도 손흥민은 수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이에른 뮌헨이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3개 구단과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손흥민의 영입을 타진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이런 움직임이 싹 사라졌다. 토트넘의 지나치게 모호한 태도 때문이다. 손흥민의 이적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며 적정 이적료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소 3000만파운드에서 최대 1억파운드까지 추정치가 난무한다.
현지 매체들이 '최대한 이익을 보고 팔려고 한다'고 추측할 뿐이다. 이로 인해 손흥민에 대한 타구단의 관심은 확 사라지는 분위기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여전히 손흥민의 이적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6월 24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의 이적료로 1억 파운드를 요구할 것'이라며 전 토트넘 스카우트였던 브라이언 킹의 주장을 전한 바 있다. 이어 25일에는 '레비 회장은 아시아 투어를 통해 최대한 이득을 본 뒤에나 손흥민의 매각을 고려할 것'이라고 후속보도를 했다.
사실상 레비 회장의 '꼭두각시'나 마찬가지인 토마스 프랭크 감독 역시 손흥민의 역할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손흥민의 거취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토트넘 잔류를 레비 회장에게 직접 요청하고 수락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
TBR풋볼은 지난 16일 '현재 토트넘 선수로 남아있는 손흥민에 대한 프랭크 감독의 입장이 드러났다. 프랭크 감독은 계속해서 손흥민의 리더십에 의지할 것'이라고 전하며 '이미 프랭크 감독은 레비 회장에게 손흥민의 잔류를 희망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레비 회장 또한 손흥민의 잔류 의사를 존중하려고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팀의 대부분 의사결정을 레비 회장이 주도하고, 프랭크 감독은 이제 막 부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레비 회장이 프랭크 감독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믿기 어렵다.
실제로 프랭크 감독은 지난 18일 첫 기자회견에서 "한 클럽에 오랫동안 활약한 선수의 거취는 구단이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손흥민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자신이 하는 게 아니라 레비 회장이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종합할 때 레비 회장이 손흥민의 이적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닌 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이런 추정을 확실히 뒷받침하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2일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의 이적이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핵심 선수 조항(Key Player Clause) 때문이다'라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토트넘은 7월 31일부터 아시아투어를 시작한다. 일단 홍콩에서 아스널과 영국 밖에서 갖는 첫 북런던더비를 치른 뒤에 서울로 이동해 8월 3일 뉴캐슬과 경기를 갖는다. 이는 지난 10년간 5번이나 진행해 온 '아시아마케팅'의 일환이다.
워낙 손흥민이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아시아투어는 토트넘의 주요 수익창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번에도 손흥민이 뉴캐슬전에 뛰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다.
당초 손흥민이 뉴캐슬전에 빠지면 200만파운드(약 37억원) 정도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위약금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아사이 투어 경기수당에서 최대 75%까지도 잃을 수 있다.
맷 로 텔레그래프 기자는 "손흥민의 출전 여부가 투어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만약손흥민이 서울 투어 명단에서 제외되면 토트넘의 경기 수당이 75%까지 삭감된다. 손흥민이 투어에 동행해도 실제 경기에 나서지 않으면 출전수당은 50%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 손실규모라면 '장사꾼' 레비 회장이 직접 손흥민의 이적협상에 개입할 만 하다. 손흥민을 팔고 얻는 이적료보다 아시아투어 손실액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토트넘은 손흥민의 이적에 대해 지금껏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히 이적을 막는 것도 아니고, 허용하는 것도 아니었다. 항상 전제조건 내지는 단서조항이 붙었다. 이러면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렵다.
레비 회장과 토트넘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손흥민이 아시아투어를 다 마치고 돌아온 8월 중순 이후에 이적이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토트넘의 뜻대로만 이뤄질 수는 없다. 이 시기에는 각 팀마다 어느 정도 스쿼드 및 전력구상을 끝내고 훈련에 들어가는 때다. 손흥민의 빈자리만 남겨두고 계속 기다릴 팀이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레비 회장의 돈욕심이 손흥민의 이적을 막는 걸림돌이었다. 그렇다고 팀의 레전드 대우를 해주며 재계약을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토트넘과 레비 회장의 얄팍한 물욕 때문에 손흥민의 커리어 마무리가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