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게 벌써 몇 번째일까? 'K-모리뉴' 이정효 광주 감독과 광주 에이스 아사니와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가 또 결실을 맺었다.
이 감독은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김천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 사전 기자회견에서 아사니를 혼쭐 낸 사연을 공개했다. 아사니는 18일 수원FC와의 K리그1 22라운드 원정경기를 1대2 역전패로 마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 없이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 감독은 "아사니가 경기를 마치고 내게 많이 혼났다. 개인 미팅에서 프로 의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팀원들한테 본인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김천전을 앞두고 훈련을 더 열심히 했다"라는 말도 곁들였다. 이 감독과 아사니는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로 잘 알려졌다. 2023년 아사니가 광주에 입단한 이후로 혼내고, 다독이고, 다투고, 화해하고,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중용하기를 반복했다. 아사니는 광주의 구단 재정건전화 문제로 인해 지난달 이적료를 남기고 떠날 것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 감독에 의하면 새로운 오퍼가 오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빨리 떠나라'며 아사니의 엉덩이를 발로 찼다가,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안아주길 반복하고 있다. 이 감독에게 아사니는 그런 존재다.
그리고 김천전에서 왜 이 감독이 2년 넘도록 아사니를 혼내고 다독이고 아끼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 33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중거리슛으로 왼발 끝을 예열한 아사니는 전반 37분 상대 진영 우측에서 공을 잡아 가운데로 파고든 뒤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공을 골문 좌측 하단에 정확히 꽂았다. 전반 초반부터 몰아붙이던 김천의 공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한 방이었다. 아사니는 이날 득점으로 K리그1 4경기 연속골을 뽑았다. 2도움을 더해 최근 4경기에선 6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K리그 입성 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내는 중이다. 올 시즌 8호골로, 벌써 첫 시즌 득점 기록(7골)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아사니의 선제골은 결승골이 되지 못했다. 기세를 탄 아사니는 전반 39분만에 다시 비슷한 위치에서 똑같은 왼발 감아차기로 골망을 갈랐지만, 공을 잡는 과정에서 오프사이드 반칙이 발견돼 취소 처리됐다. 광주는 후반 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변준수가 추가골을 넣었지만, 이번엔 핸드볼 파울에 의해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다. 기회 뒤에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다. 광주에 아사니가 있다면, 김천엔 이동경이 있었다.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하프타임에 교체투입된 김천 에이스 이동경은 후반 26분 상대 문전에서 김승섭의 패스를 건네받아 간결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5월 울산전(2대3 패) 이후 꼬박 두 달간 득점을 하지 못했던 이동경은 올 시즌 처음으로 오른발로 팀에 귀중한 동점골을 선물했다. 후반 막바지 광주 신창무의 프리킥이 김천 골키퍼 이주현 선방에 막히고, 김천 고재현의 왼발슛이 골대를 벗어나면서 경기는 그대로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홈에서 6경기 연속 승리하지 못한 광주는 승점 1점을 더해 승점 32로 6위에 머물렀다. 반면 김천은 승점 36으로 한 경기 덜 치른 대전(승점 36)을 다득점 차이로 따돌리고 2위를 탈환했다. 광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