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설종진)감독님 첫승에 도움이 되서 기쁘다. 워낙 오랫동안 함께 해온 사이라 마음은 잘 통한다."
프로 데뷔 12년차, 올해 나이 서른. 어느덧 중견에 접어든 나이에 뒤늦게 1군에서 빛을 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임지열(30)은 22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안타 2타점 2도루를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의 후반기 첫승이자 설종진 감독대행의 1군 데뷔 첫승이다.
경기 후 만난 임지열의 표정은 밝았다. 4안타 2도루는 개인 통산 1경기 최다안타, 최다 도루 기록이다.
2014년 2차 2라운드(전체 22번)으로 입단한 이래 히어로즈에서만 12년차 원클럽맨이다. 임지열의 입단 당시 1라운드는 임병욱, 2차 1라운드는 하영민, 그리고 2차 3라운드가 다름아닌 메이저리거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이었다.
김하성보다 먼저 지명될 만큼 고교 시절 잠재력과 툴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20년 외야수로 전향하며 타격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타율 2할8푼3리 6홈런 2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6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젊은 팀 키움의 2번타자 외야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 187타석으로 2023년 최다타석(246타석)을 넘어설 전망이다.
임지열은 "3안타 밖에 친적이 없어서, 4번째 안타 치는 순간 (개인 최고 기록이라는 걸)바로 알았다"면서 "하고 싶다고 다 되는게 아닌데, 오늘은 운이 좀 따랐다. 특히 도루는 박정음-김준완 코치님을 믿고 뛰었던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친 뒤 3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2타점 적시타를 친 2번째 타석에서도 2루 도루에 성공했다. 3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에도 끊임 없이 2루를 노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설종진 감독대행이 취임 일성에서 '뛰는 야구'를 강조하긴 했지만, 임지열은 이날 2개의 도루 포함, 통산 도루가 10개에 불과하다. 그중 8개의 도루를 올시즌에 했다. 임지열은 '나균안의 쿠세를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비밀이다. 그런 게 좀 있었던 거 같다"며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첫 타석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선취점을 올렸고, 2회에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임지열은 "오늘은 이겨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욕심내면 잘 안되더라. 과정에 충실해야 결과가 따라온다"며 미소지었다.
데뷔 12년차인데, 4안타 경기가 처음이다. 대타 등으로 1군에서 심심찮게 모습을 보여온 선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임지열은 "야구가 참 쉽지 않다. 3안타 치고 나면 다음 타석에서 꼭 치려고 하곤 했는데, 잘 안되더라. 오늘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젊은팀 키움에서 중견에 속한다. 올스타 휴식기에 고형욱 전 단장-홍원기 전 감독-김창현 전 수석코치가 한꺼번에 경질된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야구 올해만 하는 거 아니지 않나. 젊은 선수들이 그런 일에 신경쓰기보단 지금 이순간, 현재에 집중해주길 바랐다. 쉽진 않겠지만 우린 프로니까, 그러다보면 지금은 꼴찌지만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성장한 내년 후년에는 더 나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임지열은 "경기에 계속 나가다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감사하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좀 이겨야한다. 이기는 습관을 들여놔야 재년에 또 순위싸움을 할 수 있다. 더 집중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별전을 치른 웰스에 대해서는 "계속 자기 몫을 해준 선수라서 솔직히 떠나는 게 아쉽다. 개인 사정이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며 속상함을 달랬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