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마무리 투수라고 해서 모두 다 막을 수는 없다. 언제든 블론세이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3점차, 그것도 8회 대 역전극을 펼친 뒤에 곧바로 4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한다는 것은 마무리 투수로선 상상하기 싫은 일.
그 충격적인 일이 KIA 타이거즈에서 일어났다. 통산 145세이브로 역대 세이브 12위에 올라있는 정해영이 블론세이브로 팀을 역전패로 밀어 넣은 것.
KIA는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서 1-4로 리드를 당하다 8회말 상대 필승조 이정용과 마무리 유영찬을 공략해 대거 6점을 뽑아 7-4로 뒤집었다. 그러나 9회초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정해영이 연속 안타로 1사 1,2루의 위기에 몰리더니 박해민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맞고말았다. 이어 구본혁에게 안타를 맞고 교체. 조상우까지 연속 안타로 역전을 허용했고, 수비 실책으로 추가점까지 내주며 결국 7대9로 역전패했다. 정해영이 출루시킨 구본혁의 득점이 결승점이 되며 정해영이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투수까지 기록하게 됐다.
정해영에겐 이번이 올시즌 5번째 블론 세이브였다.
이번 역전패가 더욱 아쉬웠던 것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가 키움 히어로즈에 패했기 때문에 이겼더라면 3위로 올라서면서 2위 LG와 1.5게임차로 좁힐 수 있었기 때문. 패하는 바람에 4위가 그대로 유지됐고, 2위와는 3.5게임차로 더 벌어졌다.
이전 4번의 블론세이브에 비해 이번이 가장 충격적이다. 첫 블론세이브였던 3월 27일 광주 키움전은 3-2로 앞선 1점차에서 3점을 내줬고, 5월 17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10-3으로 앞서던 8회말 갑자기 키움의 김태진의 만루포로 10-8로 쫓기면서 2사 1,2루에 갑자기 등판해 송성문에게 볼넷, 최주환에게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고 10대11로 역전패를 당했다.
6월 21일 SSG전엔 5-3으로 앞선 9회말 경기를 끝내려 나갔지만 4안타로 2실점을 해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7월에 두번의 블론세이브다. 전반기 마지막날인 지난 10일 한화전에서 2-1로 앞선 9회말 등판했다가 문현빈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1대2 역전패를 당했고 20일 박해민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맞았다.
다른 경기들은 갑자기 올라왔거나 1,2점차였다. 그러나 이번 LG전은 8회에 극적인 역전을 하고서 올라온 3점차의 여유있는 상황이었다. 8회말 공격이 길었기 때문에 갑자기 준비를 했다고 보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올시즌 극심한 부진을 보인 오지환과 올해 입단해 6번 타석에 섰던 고졸 신인에게 안타를 맞더니 후반기에 안타가 없었던 박해민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정해영은 이날 전까지 2승4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18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가지고 있었다. 24세이브는 KT 박영현(26세이브)에 이어 롯데 김원중과 함께 공동 2위.
4실점도 3년만의 일이다. 지난 2022년 8월 6일 광주 두산전서 6실점을 한 이후 최다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부상자였던 나성범과 김선빈이 돌아왔고 김도영도 특이사항 없음 소견을 받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해 복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외국인 투수 올러도 8월초에는 복귀가 가능할 전망.
8월쯤엔 더욱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가 불안해지면 안된다. 무더위가 찾아오고 있어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재정비를 해야한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