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브리핑 도중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벌떡 일어났다.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섞인 몸짓이었다.
나승엽은 후반기 롯데의 키플레이어다. 팀 타율은 1위지만 효율이 부족한 롯데 타선에서 큰 것 '한방'을 칠 수 있는 선수다.
문제는 갑갑한 현실이다. 4월까지 타율 2할8푼9리에 홈런 7개를 몰아치며 2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2를 기록하며 4번타자 다운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줬다.
하지만 5월부터 끝모를 추락이 시작됐다. 5월 타율 1할9푼5리, 6월에도 타율 2할의 부진이 이어지자 2군을 다녀왔다. 이 과정에서 훈련 도중 타구에 눈을 맞아 재활 기간이 더 길어졌다.
7월에도 여전히 타율 1할5푼4리에 그치고 있다. 후반기 개막 시리즈 LG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도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22일 고척 키움전에선 선발 제외됐고, 대타로 나서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나승엽의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특유의 타격 리듬을 잃다 보니 선구안이 흔들렸고, 성적이 안 좋다보니 마음도 급하다.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은 공을 뒤에서 자기 페이스대로 보고 때리는 선수다. 그런데 지금은 타격할 때 상체가 들리다보니 공이 멀게 보인다. 그러다보니 스윙궤도도 나빠진다. 좋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질문이 이어지자 급기야는 답답한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직접 타격 자세를 시연하며 "제일 안 좋은 게 뒷다리를 차는 거다. 몸이 앞쪽으로 쏠리게 된다. 원래 이렇게 뒤에서 기다리는 게 정상"이라며 속내를 토로했다.
고승민과 손호영의 1군 복귀가 가까워지면서 고민도 늘었다. 한태양과 박찬형 등 젊은 타자들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고, 반대로 수비는 김민성 정훈 등 베테랑들의 실력이 탄탄하기 때문.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의 1루 가능성에 대해 "나승엽이 지금 타이밍이 전혀 안 맞고 있는데, 1군에서 자신감을 찾도록 할지, 2군에 내려보낼지 스태프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 "지금 한태양이 잘하고 있으니 두명이 올라오려면 또 내려갈 선수가 있어야 한다"며 깊은 고민을 내비쳤다.
롯데는 10개 구단중 압도적인 팀 홈런 꼴찌팀. 김태형 감독이 나승엽에게 미련을 갖는 이유도 결국 장타를 쳐줄 키플레이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타선에 무게감이 좀 있어야 하는데"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