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Nah(아니야)'
토트넘 홋스퍼 최전방 스트라이커 도미닉 솔란케가 새 시즌이 열리기도 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일격을 날렸다. 겨우 한 단어를 썼을 뿐이지만, 솔란케가 제대로 긁었다. 맨유의 자존심과 야망에 적지 않은 스크래치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2025~2026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톱4에 맨유의 자리는 없다는 확신이 담긴 단어였기 때문이다.
영국 매체 TBR풋볼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솔란케는 새 시즌에 맨유가 톱4에 들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단 한 단어로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결론부터 말해 솔란케가 말한 단어는 'Nah(No)'였다. 마치 긴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솔란케는 맨유는 톱4에 들어갈 수 없다는 확신을 "아니야"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솔란케가 속한 토트넘과 맨유는 지난 2024~2025시즌에 인연이 적지 않다.
일단 팀의 위상에 맞지 않는 충격적인 EPL 순위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토트넘은 1976~1977시즌 이후 역대 최악인 리그 17위(승점 38)로 강등권 바로 위에 위치했다. 맨유는 토트넘보다는 조금 위다. 승점 42(11승9무18패) EPL 15위를 차지했다. 사실 '도긴개긴'인 성적이다.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맞붙었다는 인연도 있다. 하지만 단판 결승전 결과로 두 팀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벌어졌다. 토트넘은 맨유를 1대0으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덕분에 2025~2026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유로파리그 준우승에 머문 맨유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맨유는 새 시즌에 그 어떤 유럽대항전의 출전기회도 얻지 못했고, 오로지 EPL시즌만 치를 수 밖에 없다. 명예와 수익 모두 잃은 셈이다.
때문에 맨유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마테우스 쿠냐와 브라이언 음뵈모를 영입했다.
토트넘 역시 EPL 순위 회복과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위해 강력한 팀 개편을 추진했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하고 아예 토마스 프랭크 신임 감독을 데려와 전면적인 체질 변화을 시도했다. 이어 마티스 텔의 완전이적에 이어 타카이 코타, 모하메드 쿠드스를 데려왔다.
두 팀의 공통적인 목표는 역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린 EPL 톱4 진입이다.
그러나 솔란케는 맨유가 EPL 톱4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솔란케는 한 틱톡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25~2026시즌 톱4 예상팀에 관한 질문에 "토트넘과 리버풀.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맨체스터시티도 다시 반등할 것 같다"며 3개 팀을 언급했다.
그러자 남은 한 팀에 관해 인터뷰 진행자는 "맨유지, 안그래?"라고 물었다.
하지만 솔란케는 즉시 "nah(아니)"라고 답한 뒤 곧이어 "아스널!"이라고 마지막 톱4 예상팀의 이름을 외쳤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EPL 2위를 차지했다. 결국 솔란케는 지난시즌 톱4에서 첼시만이 빠지고, 그 자리에 토트넘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트넘 팬들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리는 답변이다.
맨유와 토트넘의 규모와 잠재력을 감안하면 2025~2026시즌에는 분명 15위, 17위보다는 높은 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팬들의 요구도 명확하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시즌에 들어가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TBR풋볼은 솔란케의 답변 때문에 맨유 팬들이 너무 상심할까봐 우려한 듯 하다. 맨유가 토트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도 있다는 문단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솔란케는 토트넘이 맨유보다 확실히 높은 순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그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맨유는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한 덕분에 새 시즌에 주당 1경기 만 치를 예정인 반면,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까지 치러야 한다. 이로 인해 EPL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맨유 구단과 팬들이 이 마무리 문단 덕분에 얼마나 힘을 낼 수 있을 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어쩌면 약간은 위로가 됐을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