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강하늘(35)이 영화 '84제곱미터'를 통해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으로 돌아왔다.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84제곱미터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예측불허 스릴러로,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김태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강하늘은 작품 공개 이후 주변 반응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그는 "사촌 형이 영화를 보고 자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너무 심장이 아팠다고 하더라(웃음). 아무래도 소재가 현실적이다 보니,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보통은 가족들이 제가 나온 영화를 보면,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이번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하늘은 30대 직장인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빚으로 투자한 사람) 우성을 연기했다. 그는 "우성이의 행동을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진 못했다. 제 기질과는 너무 다르다. 저는 뭐 하나에 올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영끌족'이라는 단어를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연기하면서 더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됐다"며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건, 이렇게 모든 것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진 치열함인데, 그 치열함이 꺼졌을 때 오는 처참함도 있지 않나. 실제 대본에도 캐릭터 설명이 그렇게 적혀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자신의 저축 습관에 대해선 "저는 (코인, 주식 투자 등을) 할 성격이 아니다. 친구들이 바보라고 하는데, 신용카드 안 쓰고 체크카드 쓰는 놈인데, 그런 것까지 어떻게 신경쓰겠나. 연기 외적으로는 취미 생활이 많다. 집 밖으로 안나오는 이유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하기 때문이다. 게임하는 것과 다큐멘터리를 보는 걸 좋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청소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돌아봤다.또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중 증량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하늘은 "영화에서 보면 우성이는 맨날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바닥이 과자 부스러기로 지저분하지 않나. 몸이 슬림하다거나, 관리한 모습이면 캐릭터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의상도 집 앞에서 분리수거를 하다가 마주쳤을 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흔히 입을 수 있는 의상을 입고 싶었다. 그 주변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노메이크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염혜란과는 2019년 방송된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염혜란 선배는 항상 최고시다. 정말 감사하게도 매번 현장에서 편하게 다가와주셨다"며 "제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선배가 '폭싹 속았수다'와 촬영을 병행하고 계셨다. 현장에 오실 때마다 '지금 찍고 있는 거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서현우와의 호흡에 대해선 "현우 형은 아이디어 뱅크다. 형이 촬영 중간중간에 아이디어를 내줘서 바뀐 부분도 많았다. 반대로 제가 아이디어를 말해도, 형이 그걸 수용해 줘서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강하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3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시즌2에 이어 시즌3에서도 넉살 좋고 붙임성 좋은 388번 대호 역을 맡았다. 그는 "'오징어 게임'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좋다. 저에게도 많은 것들이 남아있는 참 감사한 작품"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작품의 결말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강하늘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았나 싶다"며 "대호가 죽은 뒤로부턴 대본을 못 받아서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너무 궁금했다. 시즌3 중반부터는 제가 나왔던 것도 잊고 몰입해서 보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대호의 짧은 분량에 대해서도 "전혀 아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즌3에서는 성기훈(이정재)이 친구 정배(이서환)의 사망 이후 대호를 째려보는 신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강하늘은 "촬영 당시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모니터를 했는데, 이정재 선배가 진짜 무섭다고 생각했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 봐도 똑같이 무서웠는데, 또 하나의 '밈'처럼 사용돼서 신기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흥행 성적보단 촬영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강하늘은 "'쎄시봉'이나 '청년경찰' 같은 작품들은 정확히 관객 수가 기억나지 않지만, 촬영하면서 즐거웠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흥행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밌게 촬영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이 즐겁지 않으면, 작품 자체도 떠올리고 싶지 않다. 흥행 성적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방면에서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현장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