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고등윙어' 양민혁(토트넘)이 마침내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첫 경기부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양민혁은 26일(한국시각) 영국 루턴 케닐워스 로드에서 열린 루턴 타운(2부리그)과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됐다. 양민혁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1군 선수들과 함께 경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는 0대0으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이날 두차례 친선경기를 펼쳤다. 당초 예정돼 있던 루턴과의 경기에, 리그1(3부리그)의 위컴 원더라스와의 경기가 갑작스레 추가했다. 위컴전를 비공개로 치른 후, 4시간 후에 루턴전을 치렀다. 루턴전은 일반 팬들에게 공개됐다. 이원화가 불가피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을 위컴전에, 양민혁을 루턴전에 내세웠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섰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올 여름 완전 영입을 한 마티스 텔, 새롭게 데려온 모하메드 쿠두스, 젊은 공격수 마이키 무어, 스피드스타 브레넌 존슨 등이 공격진을 꾸렸다. 하지만 새로운 공격 조합은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후반 33분 미키 판 더 펜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양민혁은 답답한 경기의 한줄기 빛이었다.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오른쪽 날개로 자리한 양민혁은 빠른 스피드와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다.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역습의 선봉에 섰다. 43분에는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강한 압박까지 성공시키며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을 보였다. 양민혁은 이날 13분을 소화하며, 패스성공률 83%, 공격 지역 패스 1회, 태클 성공 100%, 경합 성공 2회 등을 기록했다.
양민혁은 올 여름 토트넘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토트넘에 합류한 양민혁은 곧바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임대를 떠났다. 영국 무대 경험을 쌓은 양민혁은 제이미 돈리, 조쉬 킬리, 조지 에벗 등 다른 임대생들과 함께 토트넘으로 돌아왔다. 웃는 얼굴로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훈련장에 복귀한 양민혁은 홋스퍼 웨이(토트넘 훈련장)에서 폼롤러를 활용해 몸을 풀며 복귀 첫 훈련을 소화했다.
양민혁은 토트넘의 미래다. 영국 '런던 월드'는 최근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어린 윙어들을 성장시키는 데 능한 지도자이며, 이는 양민혁에게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라며 '프랭크 감독은 유망주 양민혁을 특별히 챙겨야 한다. 이 재능 있는 선수가 잠재력을 폭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양민혁에게 너무 이른 기대나 압박은 금물이지만, 프랭크 감독은 그를 '월드클래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했다.
양민혁은 잉글랜드 입성 첫 해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양민혁은 2024시즌 K리그에서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보였고, 토트넘에 입단했다. 토트넘은 양민혁에게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 당초 2025년 1월 합류 예정이었지만, 계획보다 빠르게 영국으로 넘어갔다. 토트넘에서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양민혁은 B팀이 아닌 '1군 계약'을 했다. 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내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등번호 18번을 받은 양민혁은 유령설 등 근거없는 낭설 속 충실히 훈련을 하며 차분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를 기다렸다. 9일 리버풀과의 리그컵 4강 1차전에 영국 입성 후 처음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기회가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영국 언론도 출전을 전망했던 12일 탬워스와의 FA컵 3라운드(64강)에서 벤치 조차 앉지 못했다.
토트넘의 팀 사정 때문이었다. 토트넘은 올 시즌 부상 악령이 겹치며 부진을 반복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설까지 나왔다. '유망주' 양민혁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양민혁은 임대에 나섰고, QPR에서 성공적인 임대 생활을 보냈다. 부진한 순간도 있었지만, 자신이 왜 최고 수준의 유망주인지 잘 보여줬다. 18경기에서 2골-1도움을 올렸다. A대표팀에 차출되기도 했다.
자신을 영입한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이 경질되는 아픔이 있었지만, 임대, 데뷔, 골, A대표 차출, 감독 경질까지 첫 해부터 얻은 다양한 경험은 잉글랜드 정복을 꿈꾸는 양민혁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한국에 들어와 친정팀 강원을 방문하는 등 바쁜 스케줄을 보낸 양민혁은 곧바로 토트넘에 들어가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현지에서는 일찌감치 임대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프랭크 감독이 백지에서 출발하는만큼 양민혁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는 희망론도 나왔다.
하지만 양민혁은 토트넘의 프리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레딩에 나서지 못했다. 위기설이 가속화됐다. 하지만 조금씩 입지를 넓혔다. 22일 영국 런던의 브리즈번 로드에서 열린 레이턴 오리엔트(3부리그)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토트넘 U-21팀의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양민혁이 토트넘 이적 후 토트넘 엠블럼을 달고 치르는 첫 번째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저스틴 에든버러3(JE3) 파운데이션 트로피' 대회였다. JE3 파운데이션은 레이턴 수비수 출신으로 팀의 사령탑도 맡았던 고(故) 저스틴 에든버러를 기념해 설립된 재단이다. 에든버러 감독은 토트넘에서도 1990~2000년 현역으로 뛰기도 했다. 토트넘 U-21팀이 대회에 참가했고, 양민혁은 U-21팀 일원으로 출전했다.
토트넘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경기에서 양민혁이 우리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며 '19세의 한국 국가대표 선수인 양민혁은 전반전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고 소개했다. 양민혁은 공격포인트에 실패했고, 토트넘 U-21팀은 1대3으로 패했다.
예열에 성공한 양민혁은 비록 공식 경기는 아니지만, 루턴전 출전으로 기류를 바꿨다. 1군 데뷔에 이어, 기대 이상의 플레이로 눈도장까지 찍었다. 프랭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루턴전은 더 노력할 것이 있다고 느낀 경기였다"며 "선수들은 모든 것을 쏟았고, 긍정적이었으며 아주 노력했지만 선수들 사이의 연결, 관계에서 유기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훈련했던 몇몇 장면들이 보여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현지팬들은 양민혁이 그 중 하나라고 평했다. 토트넘 공식 SNS에는 '양민혁이 있으면 손흥민을 많이 그리워하지 않을 듯', '양민혁은 전성기 손흥민을 떠올리게 한다', '양민혁은 우리의 원더키드!' 등의 평가를 남겼다. 아직까지 양민혁은 임대될 공산이 크지만, 지금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프랭크 감독의 구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양민혁의 거취는 아시아 투어 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은 8월3일 서울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격돌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