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몸을 풀 때부터 급해서..."
지난 19일 포항스틸야드. 전북 현대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가 K리그 역사에 남을 희귀한 장면을 선보였다.
전북이 포항 스틸러스에 1-2로 끌려가던 후반 34분 헤더 동점골을 성공시킨 그는 손을 흔드는 세리머니를 펼치는가 싶더니 축하하는 동료들마저 뿌리친 채 그대로 라커룸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모두가 어리둥절한 사이 30초 만에 돌아온 티아고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동준 주심의 옐로카드. 티아고가 연신 무언가를 외쳤지만 주심은 단호한 손짓으로 이를 뿌리쳤다. 이 경고로 티아고는 시즌 누적경고 5장이 돼 23일 강원FC전에 결장하게 됐다. 티아고는 경기 후 "몸을 풀 때부터 화장실이 급했는데, 골을 넣은 뒤 시간이 좀 있으니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주심은 "30년 동안 심판을 하며 처음 겪는 일이다. (화장실이 급해도) 주심의 허가 하에 경기장 입퇴장이 가능하다. 미리 말 좀 해줬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전북 거스 포옛 감독은 "경기 중 화장실에 다녀온 선수는 봤어도 카드를 받는 선수를 본 건 처음"이라고 웃었다. 하지만 돌출 행동으로 교체 카드 한 장을 잃어 버린 건 적잖이 속이 쓰릴 만했다.
한 경기를 건너 뛴 티아고.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다. 26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광주FC와의 2025 K리그1 24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48분 권창훈의 코너킥을 헤더 결승골로 연결했다. 이 득점으로 전북은 또 다시 승리를 얻으면서 시즌 23경기 무패(18승5무, 코리아컵 포함)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초반 티아고의 입지는 불안했다. '이탈리아산 폭격기' 안드레아 콤파뇨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백업 롤을 맡게 됐다. 교체 기회에서 침묵이 이어지는 사이 또 다른 토종 장신 공격수 박재용이 시즌 초반 중용되는 등 불안 신호가 감지됐다. 하지만 티아고는 콤파뇨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5월 27일 대구FC전에서 올 시즌 K리그1 첫 골을 기록했고, 이후 울산 HD, 강원FC전에서 연속 득점하면서 골 감각을 살렸다. 지난 19일 포항전에 이어 광주전에서도 팀 무패를 이어가는 중요한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여전히 자신이 전북에 필요한 존재임을 각인시켰다.
로테이션 속에서도 티아고는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뛴 첫 해인 지난 시즌 32경기에서 7골-1도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17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일정 절반을 갓 넘긴 시점에서 공격 포인트를 더 많이 쓴 것. 선발-교체를 오가는 입지 속에서도 꾸준한 준비를 통해 팀의 무패 행진에 일조하고 있다. 황당한 사건으로 강제 휴식을 거쳤음에도 포옛 감독이 그를 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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