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빅토르 요케레스의 꿈이 이루어졌다.
아스널은 27일(한국시각) 공식 채널을 통해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뛴 요케레스와 장기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계약기간은 5년에, 이적료는 최대 7300만유로(약 1187억원)로 추정된다. 요케레스는 티에리 앙리가 달았던 전설의 '14번'을 달게 된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프리시즌 투어에 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요케레스는 "아스널이 내게 딱 맞는 팀이라 느꼈다"며 "지난 시즌 아스널과 맞붙었을 때, 정말 강한 팀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상대하기 매우 힘들었다. 물론 아스널의 역사와 거대한 팬층도 그 이유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요케레스를 아스널로 데려올 수 있어 아주 기쁘다. 그가 보여준 꾸준한 활약과 출전은 훌륭했다"며 "요케레스가 올린 공격 포인트 생산력이 모든 걸 말해준다. 그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되며,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드레아 베르타 스포츠 디렉터도 "요케레스는 뛰어난 재능을 보유한 선수다. 정상급 공격수에게 필요한 기량과 승부욕을 꾸준히 입증했다"며 "뛰어난 신체 조건, 축구 지능, 윤리의식까지. 요케레스는 아스널 비전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길고 긴 사가였다. 계속해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아스널의 올 여름 최우선 과제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보강이었다. 지난 시즌 아스널은 스트라이커 자원들의 줄부상으로 고생했다. 미켈 메리노가 포지션을 변경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지만, 아스널이 우승까지 가기 위해서는 두자릿수 득점을 책임져 줄 확실한 스트라이커가 절실했다.
아스널은 올 여름 다양한 스트라이커와 연결됐다. 알렉산더 이삭, 빅터 오시멘, 베냐민 세슈코 등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적료 등을 이유로 고착상태에 빠졌다.
아스널의 선택은 요케레스였다. 요케레스는 올여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탁월한 피지컬과 골 결정력을 갖춘 요케레스는 지난 2015년 스웨덴 브롬마포이카르나에서 프로 데뷔한 이후 브라이턴으로 이적하며 관심을 받았다. 임대 생활을 오랜 시간 거친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코번트리 시티로 이적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요케레스는 2023~2024시즌 스포르팅으로 이적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요케레스는 스포르팅 첫 시즌 공식전 50경기에 출전해 무려 43골-14도움, 공격포인트 57개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엘링 홀란(44개), 킬리안 음바페(54개), 해리 케인(56개)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올 시즌은 더욱 대단했다. 52경기에서 54골-12도움을 폭발시켰다. 경기당 1골이 넘는 기록이었다.
요케레스는 스포르팅에서만 두 시즌 동안 무려 97골-26도움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스탯이었다. 리버풀의 다윈 누녜스 등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출신 스트라이커들이 빅리그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수준급 최전방 공격수들이 기근인만큼 요케레스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올라갔다.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처음에는 맨유와 강력히 연결됐다. 맨유에는 후벵 아모림 감독이 있다.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에서 요케레스와 함께했다. 그의 기량을 폭발시켜준 은인이다. 요케레스 역시 아모림과의 재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인 맨유는 공격진 재편을 노리고 있다. 이미 마테우스 쿠냐에 이어 브라이언 음뵈모 영입도 확정지었다. 화룡정점은 요케레스였다. 비싼 이적료에도 영입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요케레스는 아스널을 원했다. 토크스포츠의 수석 축구기자 알렉스 크룩은 "요케레스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스널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맨유가 요케레스에 관심이 있지만, 아스널은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과 다음 시즌 우승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요케레스는 스포르팅을 떠나길 반대하는 여자친구와 헤어질 정도로 아스널행에 진심을 보였다.
이적료가 문제였다. 양 측은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최근 아스널과 5년 계약 합의를 마친 요케레스는 스포르팅이 원하는 이적료를 맞춰주기 위해 연봉 중 200만유로를 포기했다. 아스널은 6200만유로에 보너스 1000만유로를 제시했다.
하지만 스포르팅은 기본 이적료 7000만유로를 고수했다. 결국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아스널도 일단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헤코르드는 '지난 주말 리스본을 찾았던 아스널 협상팀이 런던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그 사이 요케레스는 훈련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복수의 포르투갈 언론은 '요케레스가 스포르팅의 훈련장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카데미'에 도착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결국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스포르팅 선수단은 요케레스를 제외하고 프리시즌 훈련캠프가 열릴 라고스로 출발했다.
스포르팅의 프레데리쿠 바란다스 회장은 '중징계'를 내리겠다도 으름장을 놨다. 바란다스 회장은 "요케레스의 정당한 시장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 영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구든 클럽의 이익 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 그가 누군든지 간에 말이다"고 했다.
결국 요케레스의 에이전트가 중재에 나섰다. 계약 성사를 위해 10%의 중개 수수료를 포기했다. 아스널은 스포르팅이 원하는 금액에 맞춰줬다. 그렇게 협상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로마노 역시 '아스널과 스포르팅이 합의를 했다'며 'HERE WE GO SOON'을 띄웠다.
또 다시 미궁에 빠졌다. 보너스 때문이었다. 헤코르드는 '스포르팅은 1000만유로의 보너스에 담긴 옵션 조항이 쉽게 달성 가능한 조건이 되길 원하고 있다. 아스널은 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마이스푸트볼에 따르면, 아스널은 쉬운 목표에 300만유로, 어려운 목표에 700만유로를 설정했다. 하지만 스포르팅이 쉬운 목표에 1000만유로를 요구하면서 협상은 또 다시 난항에 빠졌다.
그 사이 맨유가 뛰어들었다. 맨유는 스포르팅이 원하는 규모의 이적료를 제시했다. 헤코르드는 '합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맨유는 이전부터 요케레스를 원했다. 맨유의 후벵 아모림 감독은 스포르팅에서 요케레스를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키웠다. 지난 시즌 최전방 부실로 부진했던 맨유는 특급 공격수를 원하고 있는데, 현재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요케레스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다.
맨유는 과감한 베팅으로 스포르팅의 마음을 열었지만, 요케레스의 마음은 열지 못했다. 요케레스는 온리 아스널이다. 여자친구와도 헤어지고, 연봉까지 깎았던만큼,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아스널이 스포르팅의 요구에 백기를 들었다. 22일 유럽이적시장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아스널이 새로운 스트라이커로 요케레스를 영입한다. 모든 당사자간의 합의가 구두로 완료됐다'며 시그니처 마크인 'HERE WE GO'를 띄웠다. 사실상 이적이 확정됐다는 뜻이다. 로마노는 이어 '이적료는 6350만 유로(약 1031억 원)이며, 여기에 1000만 유로(약 162억 원)의 옵션이 포함됐다. 요케레스와의 계약 기간은 5년이고, 오직 그는 아스널행만을 원했다'고 세부 소식까지 전했다.
같은 날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요케레스의 아스널행을 보도했다. BBC는 '아스널이 요케레스 영입에 근접했다'며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협상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지만, 아스널은 아시아 프리시즌 투어의 시작에 맞춰 거래가 이루어지길 바랬다. 하지만 요케레스는 아스널과 5년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고 했다.
결국 오피셜이 나왔다. 아스널은 요케레스를 품으며,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아스널은 올 여름 대대적인 보강에 나섰다. 마르틴 수비멘디, 케파 아리사가발라가, 노니 마두에케, 크리스티안 모스케라에 이어 요케레스까지 품으며 이적료로만 2억400만 파운드(약 3795억원)를 썼다. 아스널은 마침내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