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 자신에게 화가 났는데, 그 기분이 태도가 됐다. 팀 스포츠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마황' 황성빈이 속죄와 더불어 초심 복귀를 다짐했다. 실책 이후의 돌발 행동에 대해 팀동료들에게도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은 26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안타 2개, 볼넷 하나, 그리고 폭풍 주루까지 선보이며 팀의 9대4 완승을 이끌었다. 전날 어이없는 실책, 그리고 에어컨 송풍구를 때린 잘못된 행동에도 믿고 리드오프로 기용해준 김태형 롯데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황성빈이 출루하면 롯데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특히 6회말에는 상대 내야를 뒤흔든 3루 진출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범호 KIA 감독의 퇴장까지 이끌어냈다.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했고, 이어진 고승민의 번트가 안타가 되면서 KIA 내야진이 당황한 틈을 타 3루까지 내달렸다.
KIA 3루수 위즈덤의 태그가 더 빨랐지만, 심판은 포구 과정에서 위즈덤의 왼다리가 황성빈의 주로를 막았다고 판단, 주루방해를 선언했다. 이범호 감독의 항의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고, 롯데는 뒤이은 레이예스의 땅볼과 윤동희의 적시타로 9-3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굳혔다.
경기 후 만난 황성빈의 얼굴에선 마음 고생이 묻어났다. 그래도 "감독님이 계속 기용해주시니까 결과로 답하고 싶었다. 오늘 같은 경기가 앞으로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전날 경기에선 롯데가 이기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황성빈의 행동이 적잖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5-3으로 앞선 7회초 박찬호의 중견수 뜬공을 어이없이 놓쳤고, 곧바로 김동혁과 교체됐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황성빈이 에어컨 송풍구를 후려쳐 망가뜨리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롯데는 승리하고도 선수단 미팅을 가졌다. 황성빈은 "선수단 앞에서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두 번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며 거듭 진심을 전했다.
경기전 속죄의 피자도 쐈다. 김태형 감독에게 '배달'한 것도 그 자신이었다. 황성빈은 "감독님께서 어떤 문제였는지 다시한번 인지하게 해주셨다. 두번다시 같은 행동으로 팀에 피해끼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돌아봤다.
"다들 1군에 돌아오니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높은 순위에 있지만, 롯데는 더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는 것 같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