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m97 거인의 1군 적응기가 나날이 성공적이다.
롯데 자이언츠 윤성빈(26)은 후반기 개막과 함께 1군에 등록됐다. 6월27일 KT 위즈전 이후 첫 출격 준비. 선수 본인에겐 "아쉬움과 설렘을 안고 기다린 시간"이었다.
하지만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LG 트윈스와의 4연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그냥 지나보냈다.
26일 부산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 2차전에 비로소 윤성빈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9-4로 앞선 9회초였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KIA 첫 타자 박찬호에게 몸에맞는볼을 던졌다,
다음타자 위즈덤은 22홈런으로 이 부문 올시즌 삼성 디아즈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외인 거포. 하지만 윤성빈의 강속구는 남달랐다. 위즈덤의 배트가 부러지며 중견수 뜬공이 됐다.
이때 공이 뜬 위치가 애매했다. 1루주자 박찬호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왔다. 낙구지점을 잘못 파악한 것.
결국 더블플레이가 되면서 윤성빈을 도와준 꼴이 됐다. 윤성빈은 마지막 타자 최형우를 2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임무를 마쳤다. 투구수는 14개, 직구 최고 구속은 156㎞였다. 슬라이더는 단 1개.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했다. 특히 앞서 지적받았던 너무 크고 둔한 투구폼이나 세트포지션에서의 제구 같은 부분은 개선된 모습이 뚜렷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의 눈은 냉정했다.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그는 윤성빈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그 정도 투수"라고 선을 그었다.
"첫 타자 상대로 그렇게 제구가 안되면 쓰기 어렵다. 그 뒤는 잘 던져주긴 했는데, 지금은 그냥 가운데 보고 던지기만 하는 수준이다. 결국 투수는 경기 운영이 돼야한다. 앞으로 꾸준히 좋아진다면, 한단계씩 올라가지 않겠나. 지금 당장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다."
만약 박찬호 사구 이후 또 볼넷이나 안타를 허용했다면? 김태형 감독은 "바로 (최)준용이 붙였지"라고 단언했다. 불펜에는 마무리 김원중도 몸을 풀고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막는다는 확신이 있으면야 풀게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윤성빈은)없잖아. 여차하면 다 들어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윤성빈의 올시즌 기록은 1승1패, 평균자책점 17.36이다. 구위에 대한 기대치는 있지만, 현재 평가는 기록으로 내리는 모양새다.
전날 ⅓이닝에 그친 심재민에 대해서도 "잘 던져야 길게쓰지, 지금처럼 던져선 어렵다. 1이닝 혹은 그 이상 4타자 5타자 상대해주길 바라고 있는데, 공 7~10개 던지고 내려오면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귀중한 발견 중 하나가 바로 김강현이다. 불펜에서 롱맨 겸 추격조, 필요할 땐 필승조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육성선수 출신에 포수에서 전향한 '비주류' 투수지만, 침착함이 돋보인다. 멀티이닝을 자주 책임진다.
김태형 감독은 "자기만의 피칭이 있다. 슬라이더 각이 좋고, 직구에도 힘이 있다. 시즌전 기대치 대비 가장 잘해주는 선수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