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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서 그만큼 큰 경기 경험한 투수 또 있나?" 믿는다, 78억 FA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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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단순한 가을야구 그 이상을 바라보는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의 가치를 굳게 믿고있다.

한화가 올 시즌을 앞두고 마운드 보강을 위해 4년 최대 78억원의 조건으로 영입한 FA 투수 엄상백.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시즌을 맞이했지만, 올 시즌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다.

재조정을 위해 2군에도 다녀왔지만, 전반기 단 1승에 그치면서 결국 후반기에는 보직을 불펜으로 이동했다. 황준서가 선발 등판 기회를 받고, 엄상백은 선발 투수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갈때 롱릴리프로 2번의 등판을 했다.

롱릴리프 전환 이후 첫 등판이었던 지난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2⅔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두번째 등판인 지난 26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 2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치며 만회에 성공했다.

류현진이 1회초 5실점으로 고전하자, 한화 벤치는 2회초를 앞두고 투수를 엄상백으로 교체했다. 엄상백은 SSG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식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회초 볼넷 1개 허용 후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고, 3회에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4회초 이지영과 정준재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가 되자 한화가 다시 투수를 김종수로 교체했고, 이후 무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냈다. 마무리는 아쉬웠어도 엄상백에게는 올 시즌 첫 무실점 등판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올 시즌 엄상백의 부진은 단순한 구위, 공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구위는 상대팀에서 보기에도 위력적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좋지 않은 결과가 이어지고, 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위축되는 면이 있다. 좋은 투구를 펼치다가도 한 순간에 갑자기 자멸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게 그 증거다. 멘털적인 면이 더 원인에 가깝다. 좋은 대우를 받으며 팀을 이적한만큼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계속해서 엄상백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김 감독은 "상백이가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그것 또한 상백이가 이겨내야 한다"면서도 "우리팀에서 큰 경기를 그만큼 경험해본 투수가 몇명이나 있나. 몇 안되는 선수 중 한명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현재 단독 선두를 달리고있는 한화는 단순한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가 아니다.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데 현재 주축 선수들 중에 한국시리즈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경험조차 없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반면 엄상백은 전 소속팀 KT 위즈에서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등 가을야구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빅 매치에서 어떻게 힘을 보태야 팀이 목표를 향해 수월하게 나아갈 수 있는지 겪고 체험한 게 많은 투수다. 김경문 감독 역시 지금 부침을 겪고있는 엄상백이 결국은 큰 경기에서 힘을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보내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우리의 기대치나 팬들의 기대치에도 조금 못미치고 있지만, 나중에 정말 한 경기가 중요할때 도움을 줄 때가 올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