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담? 내겐 기회다. 요즘 좌익수 수비를 많이 뛰는게 컨디션 관리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39세' 캡틴 전준우는 원기왕성하다. 올해도 팀이 소화한 98경기 중 97경기에 뛰었고, 2할9푼3리의 준수한 타율에 타점 8위(61개)를 기록하며 롯데의 3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롯데는 27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5대3으로 승리했다. 2-2로 맞선 8회말 터진 전준우의 2타점 결승타가 승부를 갈랐다.
경기 후 만난 전준우는 "동료들이 만들어준 찬스다. 한번쯤은 찬스가 오겠다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 조상우는 직구가 좋은 투수니까 무조건 승부할 거라고 봤다. 마침 딱 좋은 공이 왔다"며 미소지었다.
윤고나황손을 비롯한 많은 야수들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2군을 오가는 와중에도 레이예스(98경기 전경기 출장), 전준우(97경기) 만큼은 굳건했다. 김태형 감독이 "두 선수가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데, 또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할 정도다. 경기수는 물론 고비 때마다 클러치 히터로 맹활약하고 있다. 전준우는 득점권만 되면 타율이 3할4푼5리로 치솟는, 찬스에 유독 강한 타자다.
전준우는 "팀의 중심 타자에겐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좋은 결과로 연결해야 하는 입장이고, 이렇게 많이 뛰는 자체로 감사하고, 더 좋은 성적을 내고자 노력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올시즌 좌익수로 벌써 384이닝을 소화했다. 지명타자로 주 포지션을 옮긴 2023년 이후 3년 만에 최다이닝을 이미 넘겼다.
전준우는 "난 수비 뛰는 거 좋아한다. 수비를 하는 게 타격에도 도움이 된다. 체력적인 문제는 특별히 없다"면서 "레이예스가 힘들 때는 언제든 체력 안배를 위해 좌익수로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회에는 보기 드문 좌익수 앞 땅볼이 나왔다. 무사 1루 상황에서 KIA 박찬호의 타구가 전준우 앞에 뚝 떨어졌고, 전준우가 몸을 날렸지만 원바운드 다이빙 캐치가 됐다. 하지만 KIA 1루주자 고종욱은 아웃으로 착각해 뛰지 않았고, 선행주자 아웃으로 이어졌다. 선발 나균안이 흔들릴 수 있던 초반을 잘 넘긴 것.
전준우는 "솔직히 운이 좋았다. 몸이 잘 반응해줬다"면서 "그 시간대가 그림자가 지면서 홈 방향에서 타구가 잘 안 보인다. 그러다보니 상대가 실수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롯데는 후반기 들어 주축 타자들의 복귀로 한층 힘을 받고 있다. 지난주 KIA전 3연전을 스윕하는 등 5승1패의 상승세를 타며 3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전준우는 "손호영 고승민 윤동희 오고 나니 우리 멤버 새삼 짱짱하다"며 크게 웃었다. "빈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잘 메워줬지만, 주축 선수들이 돌아오니 팀 전력이 더 강해진 건 분명하다"면서 "우리 벤치는 언제나 왁자지껄하니 시끄러워서 너무 좋다"고 강조했다.
3위라는 순위는 전준우에게도 낯설다.
"순위표 매번 챙겨보긴 하는데,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아직 시즌이 너무 많이 남았다. 마음놓을 단계는 아니니까, 갈 수 있는 데까지 계속 달려보겠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