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픈 저지, 바쁜 오타니. 달아니는 롤리'
경쟁자들이 부상과 투타겸업으로 주춤하는 사이,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런치는 포수' 칼 롤리가 연 이틀 홈런을 치며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성큼 다가섰다. 메이저리그 역사도 머지 않아 바꿀 전망이다.
롤리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3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7회초 솔로 홈런을 날렸다. 결국 이날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특히 전날 에인절스전에서 올 시즌 MLB 첫 40홈런 고지를 선점했던 롤리는 이틀 연속 홈런으로 시즌 41호를 기록하게 됐다.
롤리는 이날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그러다 0-4로 뒤진 7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우완 선발 카일 헨드릭스가 볼카운트 2B2S에서 던진 87.1마일 바깥쪽 싱커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겨 버렸다.
이로써 롤리는 MLB 홈런부문에서 2위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38개)와의 차이를 3개로 벌리며 단독선두를 유지했다. 3위는 뉴욕 양키스 간판 타자 애런 저지(37)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은 시즌 초반만큼 치열하지 않다. 사실상 롤리가 승자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저지와 오타니가 홈런 생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지의 경우는 부상으로 큰 악재에 빠졌다. 양키스 구단은 지난 27일 저지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등재했고 밝혔다. 저지는 오른쪽 팔꿈치 굴근 염좌(flexor strain)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뼈와 인대 쪽 손상은 피한 덕분에 10일 뒤에는 무난히 컴백할 전망이다. 하지만 홈런왕 경쟁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저지는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도 롤리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그나마 롤리와 MLB홈런왕 경쟁을 끝까지 이어갈 만한 선수는 오타니다. 오타니는 지난 20일 밀워키전부터 24일 미네소타전까지 5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는 등 후반기 9경기에서 무려 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후반기 홈런 생산실적은 롤리(3개)보다 많다.
하지만 오타니는 온전히 홈런에만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후반기는 투구 이닝수를 더 늘려 본격적으로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선발 투구 이닝수가 늘어나다보면 회복에 시간이 더 소요되고, 그만큼 타격에 에너지를 쏟기 어렵다. 현재도 3개 차로 뒤진 상황에서 오타니가 역전으로 홈런 1위를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
결국 롤리는 갑작스러운 부상과 같은 이변이 없는 한 이대로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게 될 것이 유력하다. 더불어 홈런 부문에서 MLB의 새역사를 쓰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41개의 홈런을 친 롤리는 8개만 더 넘기면 역대 MLB 포수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2021년 캔자스시티 로열스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가 달성한 48홈런이 역대 최다 기록이다. 9개를 추가하면 MLB 사상 첫 '50홈런 포수'가 될 수 있다. 현재 63홈런 페이스라 50홈런은 무난히 달성할 듯 하다.
더불어 현재 페이스를 끝까지 이어가 63홈런을 치면 저지가 2022년에 달성한 AL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경신할 수 있다. 이 기록은 경신을 낙관하기는 좀 어렵다. 롤리가 현재 페이스를 최대한 유지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일단 포수 최다 홈런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면 당연히 AL MVP도 롤리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