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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대첩 악몽' 이제 그만! 2년간 '최강 에이스' 맞대결만 5번 → 지독한 KIA전 징크스. 4전5기만에 탈출 [부산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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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유독 한 투수를 자주 만난다. 그런데 하필 그 선수는 리그 최고 외인 에이스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이 KIA 타이거즈와의 길었던 악연에 작별을 고했다. 롯데는 27일 부산 KIA전에서 혈투 끝에 5대3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이날 나균안은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맞대결 상대인 제임스 네일 또한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했기 때문이다.

2021년 나균안이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1군 경기에 출전한 이래 5년간, KIA전 성적은 18경기(선발 12) 59⅔이닝, 0승7패 1홀드 평균자책점 7.69였다. 유독 KIA전만 되면 부진했고, 이상할 만큼 운도 따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나균안이 등판한 경기에서 소속팀 롯데의 성적도 4승1무13패다. 나균안이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선발로 나와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들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나균안 입장에선 최악의 악연을 만난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리그 최고 투수 네일이다.

두 투수는 이상할 정도로 자주 만났다. 지난해 2번, 올해는 벌써 3번째다.

나균안과 네일은 지난해 최고 화제 경기 중 하나인 롯데-KIA 6.25대첩의 선발 매치업이다. 당시 롯데는 나균안이 1⅔이닝만에 8실점으로 무너지며 경기 초반 1-14까지 뒤졌지만, 경기 중후반 맹추격으로 15-14로 승부를 뒤집었고, 연장 끝에 15-15 무승부로 끝났다.

두 사람이 첫 맞대결을 펼친 3월 27일에는 나균안이 5이닝 6실점(3자책), 네일이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은 2대8로 패했다.

올해 4월9일 경기에선 나균안이 5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롯데 타선은 네일에게 7이닝 1실점으로 꽁꽁 묶인 끝에 1대3으로 졌다. 7월 4일에서도 나균안이 6이닝 2실점(1자책)으로 KIA전 인생투를 선보였지만, 네일은 6이닝 2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틀어막은 끝에 롯데가 5대7로 패했다.

27일 경기는 두 사람의 통산 5번째 맞대결이었다. 이날 롯데가 승리하면서 나균안은 경기 전까지 네일을 상대로 1무3패였던 팀에 마침내 1승을 안길 수 있었다.

나균안 개인의 KIA전 승리는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 그래도 네일을 상대로 귀중한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깊다.

경기 후 만난 나균안은 네일과의 거듭된 만남에 대해 "외국인 투수랑 상대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밝게 웃었다. "외국인 투수를 상대하는 날은 좀더 집중력이나 책임감을 갖고 던지게 된다.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이 거듭 '나균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만큼 올시즌 승운이 잘 따르지 않는다. 올해 20경기(선발 18) 97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중이지만, 단 2승(6패)에 불과하다.

나균안은 "승수가 쌓이지 않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팀은 가을야구라는 올해 목표가 정말 뚜렷하고, 오늘처럼 1승1승이 간절한 시기에 잘 던졌고, 팀이 승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필승조 가능성을 노크하기도 했다. 지금은 홍민기가 나타났지만, 정철원-최준용과 함께 필승조를 이룰 선수가 4명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발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 하에 다시 선발로 돌아왔고, 그때부터 페이스가 확 올라갔다. 최근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그중에는 4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포함돼 있다.

"특별하게 신경쓰는 건 아니고, 다시 선발 기회를 잡은 점은 좋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잘 준비해서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