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두산 베어스 베테랑 고효준(42)이 '아빠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고효준은 27일 잠실 LG전에 구원승을 챙기면서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고효준은 42세 5개월 19일의 나이로 팀 최고령 승리투수가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린 시즌에 데뷔한 고효준. 이날 승리로 두산 역대 최고령 승리투수 신기록을 세웠다. 동시에 송진우에 이어 KBO리그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기를 모르는 투혼. 고효준은 가족의 존재가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고효준은 2024시즌이 끝나고 SSG 랜더스에서 방출됐다. 올 시즌 개막할 때까지 새 팀을 못 찾았다. 고효준은 "가족 생각만 났다. 가족이 있었기에 버텼다. 제 6살 딸이 제일 많이 응원해줬다. 집에 있는데 '아빠는 왜 TV에 안 나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마음을 더 굳게 다졌다"고 돌아봤다.
고효준은 4월 극적으로 두산과 계약했다. 필승조 역할을 맡으면서 1승 1패 6홀드를 기록했다. 이날은 TV에 나온 것도 모자라 구단 기록까지 새로 썼다. 두산의 종전 최고령 승리투수는 박철순(40세 5개월 23일, 1995년 9월 4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따님이 봤느냐'고 묻자 고효준은 "(딸이)지금 롯데월드에 갔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고효준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먼저 너무 영광이다. 스스로 채찍질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제 앞으로는 송진우 선배님을 목표로 달려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진우는 KBO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 보유자. 2009년 4월 8일 대전 두산전, 43세 1개월 23일의 나이로 승리를 챙겼다. 고효준은 1983년 2월 8일 생이다. 2026년 3월 31일 이후에 승리를 추가하면 고효준이 역대 1위가 된다.
고효준은 이제 한 타자만 상대하더라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내려오겠다는 각오로 매 경기에 임한다. 고효준은 "더 던지고 싶은 욕심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단 한 타자라도 집중해서 끝내자는 마음을 먹는다"고 밝혔다.
어느덧 프로 24년차. 통산 631경기에 출전했다. 롯데 SSG KIA LG 두산 등 KBO 리그 절반인 5개 팀 유니폼을 입었다.
고효준은 "지금은 야구 인생의 보너스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되뇌이는 말이 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꿋꿋이 버텨나가면서 보너스를 차곡차곡 쌓아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