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와서 상상초월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팀 분위기 대반전에 8년만의 가을야구까지 이끌 기세다.
알렉 감보아(28)는 '복덩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롯데 자이언츠의 구세주다. 지난 5월 27일 첫 등판 이후 9경기에 등판, 55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 평균자책점 1.94의 호성적을 기록중이다. 초반 상승세 이후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롯데 선발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탱하고 이끌었다.
롯데에게 감보아는 한화의 폰세 못지 않은 무게감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금지옥엽'처럼 관리받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 김치찌개를 특히 좋아한다.
감보아는 "불펜은 실수하면 고칠 틈이 없는데, 선발은 다음 이닝으로 넘어가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면 되기 때문에 좋다"면서 "선발투수로서의 루틴을 한국에서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볼배합은 포수에게 맡기는 편. 감보아는 한국의 불볕 더위에 대해 "물을 많이 마시면 된다. 지금처럼 더운 날씨에 던진 경험 자체는 충분하니 그 부분은 걱정 안해도 된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구성에 대한 의문에 답하는 것. 감보아가 미국 생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2022년의 88⅓이닝이다. 이미 미국에서 19⅓이닝, 한국에서 55⅔이닝으로 총 75이닝을 소화했다.
선발로만 뛰다보니 경기당 책임지는 이닝의 길이도 남다르다. 9경기 중 7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고, 두차례는 7이닝 이상이었다. 롯데는 지난주 5승1패를 기록하며 3위를 기록중이다. 가능하다면 기회가 왔을 때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야 한다. 필승조에게 쏠린 과도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감보아가 충분한 이닝을 책임져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감보아는 "지금부터 70이닝 더 던져도 문제없다. (선발투수라서)제대로 된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등판 경기 사이에 휴식도 길지 않나. 그동안 이닝이 많지 않았던 건 단지 불펜투수였기 때문"이라고 안심 시켰다.
실제로 빅리그의 경우 200이닝 이상을 던지는 선발투수들도 많다. 전반기 통증에 대해서는 "단순한 뭉침 증세였을 뿐"이라며 현재로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감보아는 두 형과 함께 어린 시절 레슬링을 했다. 그는 "아마 다른 선수들과는 체력적인 부문에서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며 "다저스에서 헤비볼 훈련을 통해 매년 구속을 끌어올렸는데, 분명 레슬링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타자를 물었다. "LG의 주전 포수(박동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홈런을 맞진 않았는데, 가장 위협적인 타자다. 장타력이 정말 좋다"고 설명했다.
올시즌에도 17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44를 기록중인 거포. 통산 홈런이 171개에 달한다. 망설임 없는 풀스윙이 최대 장점. 좌완투수에게도 강점이 있다. 감보아 상대로 6타수 1안타지만, 그 안타가 솔로 홈런이다. 올해 가을야구에서 맞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 무대에서 최고 158㎞ 강속구를 뽐낸 감보아는 "내 직구는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내리꽂는 스타일이라 더욱 강점이 있다. 항상 경기를 준비할 때 직구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롯데 팬들의 응원은 놀랍다. 팬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는 감사의 말도 덧붙였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