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정녕 노팅엄 포레스트의 술수에 놀아난 것인가.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팀 토트넘 홋스퍼의 명예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주요 타깃을 연달아 놓친 것 뿐만 아니라 특히 노팅엄에서 모건 깁스-화이트를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 데려오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토트넘은 깁스-화이트를 포기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선수도 얻지 못하고, 비난만 자초한 꼴이 됐다. 브라이언 음뵈모, 앙투안 세메뇨에 이어 또 주요 전력이 될 선수를 데려오는 데 실패한 것이다. 토트넘 구단의 심각한 협상력 부재가 지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토트넘의 깁스-화이트 영입 실패와 관련해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180도 다른 내용이다.
원래 이번 사건은 토트넘이 불법적으로 깁스-화이트와 노팅엄 사이의 계약에 존재하는 6000만파운드(약 1115억원)의 바이아웃 금액을 파악해 이를 제시하자, 노팅엄이 이를 문제삼아 이적을 무산시킨 내용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공신력있는 영국 매체에서 이를 뒤집는 보도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오히려 토트넘으로 보인다.
영국 매체 팀 토크는 29일(이하 한국시각) '깁스-화이트의 방출조항 내용이 왜곡됐고, 선수의 진정성도 의심된다는 주장이 나오며 토트넘 구단이 기묘한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공신력있는 매체인 텔레그래프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토트넘은 지난 11일 6000만파운드의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고 노팅엄에서 깁스-화이트를 영입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유럽 이적시장 1티어 기자로 알려진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적 성공을 뜻하는 자신의 시그니처 문구인 '히얼위고(HERE WE GO)'를 띄우며 "토트넘이 깁스-화이트에 대한 바이아웃 금액 6000만 파운드를 지급하고 영입에 성공했다. 선수와 합의를 마쳐 곧 메디컬테스트가 진행된다"고 알렸다. 공신력 최강인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깁스-화이트의 토트넘 이적을 보도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이뤄지는 듯 했던 깁스-화이트 영입은 돌연 중단됐다.
노팅엄 구단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노팅엄은 토트넘이 선수와 불법적으로 접촉해 계약서 상의 비밀 유지 사항인 바이아웃 금액을 알아낸 것으로 의심하고, 이적 작업을 중단했다.
이어 노팅엄은 이 문제를 EPL사무국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깁스-화이트의 토트넘행은 최종 무산됐다. 노팅엄 구단은 지난 27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구단은 깁스-화이트와 새로운 3년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깁스-화이트는 2028년 여름까지 팀에 잔류한다'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를 저지른 구단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토트넘의 깁스-화이트 영입 실패와 관련한 세부 정보가 알려지며 충격적인 사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애초에 깁스-화이트의 방출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당혹스러운 내용을 전했다.
이 매체는 '노팅엄 구단이 토트넘의 기밀 유지조건 위반에 분노한 게 아니다. 오히려 토트넘이 방출 조항의 정확한 조건을 준수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면서 '당초 노팅엄과 깁스-화이트의 방출조항에는 이적료 외에 여러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데, 토트넘이 애초부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노팅엄이 토트넘의 전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에게 법적 조치를 통보했으며, 프리미어리그에 공식항의하는 것도 고려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결국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애초에 노팅엄이 주장한 '토트넘의 불법적인 접촉과 기밀유지 위반'은 사실이 아닌 게 된다. 다시 말해 토트넘이 오히려 노팅엄 구단의 전략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또 있다. 텔레그래프는 '깁스-화이트가 구단 최고연봉자가 되며 노팅엄 구단과 새롭게 맺은 3년 계약에는 방출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이 모든 것이 매우 이상하다. 토트넘의 이번 영입 실패 후속 파장은 여름 이적시장이 문을 닫은 후에 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과연 토트넘은 파렴치한 시도를 하다 실패한 것인가, 아니면 어리숙하게 접근하다 오히려 뒤통수를 맞은 것인가. 이 문제로 EPL이 떠들썩해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