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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코리안 타자=유리몸' MLB에 낙인 찍히나, 이정후 김하성 그리고 김혜성까지 전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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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메이드 인 코리아', 성능은 나쁘지 않은데, 내구성이 엉망이다.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타자들의 하나같이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한국인 타자=유리몸'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우려된다. 불운도 작용했지만,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의 거친 환경에 취약한 피지컬을 지녔다는 게 노출되는 분위기다.

김하성(탬파베이)-이정후(샌프란시스코)-김혜성(LA다저스)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 3인방 중 현재 MLB 엔트리에 남은 선수는 이정후가 유일하다.

탬파베이 레이스 최고연봉자(1300만파운드)인 김하성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자로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 때 2회말 볼넷으로 나간 뒤 2루 도루를 성공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하성은 3회초 수비 때 좋지 못한 1루 송구를 했고, 바로 다음 수비 이닝 때 교체아웃됐다. 경기 후 김하성은 MLB닷컴 등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허리가 심하게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참고 계속 뛰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탬파베이 구단은 당초 김하성의 허리 통증이 일시적인 것으로 봤다. 계속 선수단에 동행시켜 통증을 치료한 뒤 경기에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김하성은 IL등재를 피하지 못했다. 허리 염좌가 제법 컸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IL을 23일로 소급적용했다. 8월 2일부터 복귀가 가능하다.

지난 5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을 통해 무려 320일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한 김하성은 벌써 두 번이나 부상을 경험했다. 복귀전에서 3루로 더블스틸을 시도하다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4일간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복귀 이후 또 부상이 생겨 아예 IL에 들어가고 말았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에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2023년에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시절이던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와의 경기 때 견제구를 피해 1루로 귀루하는 과정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해 10월에 수술을 받은 뒤 긴 재활기간을 보내야 했다. 다행히 7월에 MLB무대에 돌아왔지만, 재활 과정에서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진 듯 하다.

김하성에 이어 올해 MLB에 데뷔해 LA다저스의 '슈퍼유틸리티'로 활약하던 김혜성도 IL에 들어가고 말았다.

다저스 구단은 30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트리플A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 내야수 알렉스 프리랜드를 콜업했다. 그는 MLB 파이프라인 유망주 순위에서 팀내 3위, 전체 35위다. 대신 내야수 김혜성을 10일 IL에 등재했다. 진단명은 왼쪽 어깨 점액낭염(bursitis)"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5월 4일 MLB로 콜업된 김혜성은 공수주에 걸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채 3개월을 버티지 못한 채 콜업 이후 87일 만에 부상을 당했다.

유일하게 MLB 26인 로스터에 남아있는 이정후도 피지컬 측면에서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인 지난해 5월 12일 신시내티전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와 부딪히며 왼쪽 어깨를 크게 다쳤다. 결국 그대로 시즌 아웃된 이정후는 6월초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을 거쳐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허리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시범경기 기간에 처음 발생한 허리 통증 증세는 시즌 중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5월 초까지 3할대 타율을 찍었던 이정후는 이후 2개월 여에 걸친 심각한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2할5푼대까지 타율이 수직하락했다. 7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타격 슬럼프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허리 부상 위협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렇듯 한국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모조리 부상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인 타자들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KBO리그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경기 수와 이동거리를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리그 환경에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고 해석된다.

결국 제 아무리 KBO리그 시절 '철인급' 내구성을 자랑하던 선수라도, MLB의 차원이 다른 리그 일정을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할 듯 하다. 부상을 방지하고, 페이스를 시즌 내내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체력 훈련과 피지컬 관리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좋은 본보기가 있다. 바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한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뉴욕 양키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쳐 2019년 시애틀에서 은퇴할 때까지 19시즌 통산 3089안타, 509도루, 1420득점, OPS 0.757을 기록했다. 아시아 출신 최다 안타 및 최고 타율 기록을 보유 중이다.

특히 이치로는 철저히 루틴화 된 음식물 섭취와 경기 준비를 통해 '강철 체력'을 유지했다.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7시즌 동안 매년 평균 155경기를 소화했다. 만 44세 때인 2017시즌에도 마이애미 소속으로 136경기에 나왔다. 이 당시 215타석에 그칠 정도로 주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체력은 여전히 유지된 것이다.

2018년과 2019년에만 각각 15경기, 2경기를 뛰었는데 이때는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 은퇴를 준비하던 시기였다.

이치로가 지난 28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 클라크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5년 HOF 헌액식'에서 남긴 연설을 젊은 한국인 타자들이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이치로는 이렇게 말했다.

"작은 것들이라도 꾸준히 하면 성취하지 못할 것이 없다. 나를 보라. 키 5피트11인치(1m80), 몸무게 170파운드(77㎏)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내가 덩치 큰 빅리거들과 싸우기엔 너무 작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준비(preparation)에 관한 나의 믿음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런 의심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무조건 이치로의 방식을 따라하라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인 타자들이 적어도 이치로의 연설에 담긴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에 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그게 바로 롱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