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정도면 거의 공짜 아닌가' 손아섭 트레이드, 왜 이렇게 헐값에 팔았나

by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정도면 헐값 트레이드다. '에버리지형 타자'를 이렇게 낮은 조건에 넘겼을까.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가 트레이드 마감일에 특급 빅딜에 성공했다. NC는 외야수 손아섭을 보내고, 2026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 1장과 현금 3억원을 받는다. 선수를 받는 대신, 드래프트 1장과 현금으로 거래가 성사됐다.

한화 입장에서는 그동안 가장 간지러웠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는 거래다. 그야말로 '핵' 이득이다. 한화가 지난 몇년간 계속해서 외야 보강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럭저럭 평범한 외야수가 아닌, 타선 분위기 자체를 바꿔줄 수 있는 힘을 가진 리그 정상급 외야수가 필요했다.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가 대권 도전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카드라고 봤다.

그래서 한화가 외야수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는 소문이 계속 돌았다. 한화 구단이 외야수 트레이드는 없다고 펄쩍 뛰기도 했지만, 실제로 한화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성사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손아섭 트레이드가 마감일에 급물살을 탔다.

한화는 선수 유출을 막고, 부담이 적은 조건으로 거래에 성공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다. 트레이드를 하는데 있어 구단들이 망설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선수를 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자칫 트레이드 반대 급부로 내준 선수가, 더 성공하는 사례가 간혹 있는데 그럴 경우 구단이 직격탄을 맞는다.

여기에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은 한화처럼 '윈나우'를 외치는 팀에게는 큰 부담도 아니다. 현금 3억원 역시 야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큰 돈은 아니다.

여기서 의아한 점은, 그렇다면 NC가 왜 이렇게 '헐값'에 손아섭을 내놨느냐다. 앞서 언급한대로 3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현금 3억원은 손아섭 정도의 선수를 내주는 조건으로 받았다고 하기엔 다소 초라하다. 특히 올해 열리는 2026 신인드래프트의 경우, 1라운드 정도를 제외하면 2,3라운드 이후는 '보물 찾기'라고 불릴 정도로 최근 몇년 중 가장 특급 선수가 없다. 3라운드 지명권이 로또가 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현금 3억원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더 좋은 조건, 혹은 적당한 수준의 선수를 받을 수 있었다면 더 나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여기서 NC 구단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NC는 올해 1군 출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1993년생 김성욱과 FA를 앞두고 있는 1988년생 베테랑 손아섭을 내보냈고, 1994년생 이우성, 1997년생 최원준을 영입했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에서도, 팀에서는 2군 전력으로 분류되던 투수 2명(김시훈, 한재승)을 내주고 1군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최원준, 이우성을 영입한 것은 NC가 좋은 조건에 거래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손아섭의 경우, 트레이드 조건이 다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두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아섭은 데뷔 이후 15년동안 몸담았던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NC로 이적했었다. NC 역시 리드오프, 외야 한 축을 맡아줄 타자를 원하면서 통큰 지출로 외부 영입을 했었다. 그런데 계약 마지막 시즌이 2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것은 결국 손아섭과의 FA 계약 가능성이 애초에 희박했다고 볼 수 있다. 선수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물론 트레이드 결과는 누구도 100% 장담하지 못한다. 손아섭이 한화에서 생애 첫 우승과 더불어 핵심 멤버로 맹활약을 펼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NC가 가져온 3라운드 지명권으로 발탁한 신인이 손아섭 이상의 성적을 내는 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또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게 될 손아섭의 거취에 따라 이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 역시 다시 쓰여질 수 있다.

그러나 무섭도록 냉철한 판단이 또 하나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대형 트레이드에 대한 소문은 결국 현실이 됐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