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충격적인 연장전 패배. 마무리 김택연이 무너지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두산 베어스다.
김택연은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두산이 2-0으로 앞선 9회초 세이브를 위해 등판했다. 이날 두산은 고졸 신인 최민석이 6이닝 4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쾌투를 펼치면서 상대 타선을 압도했고, 이후 나온 이영하~고효준~최원준으로 이어진 불펜진도 2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두산의 승리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 9회 마무리를 위해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졌다. 9회초 선두타자 대타 안상현을 상대로 직구 4개를 던졌는데, 전부 볼이었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몸쪽으로 빠지는 4연속 볼.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어 다음 타자 박성한과의 승부에서도 초구 볼. 2구째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았지만, 이후 다시 3연속 볼볼볼. 두 타자 연속 볼넷이었다.
스스로 만든 무사 1,2루 위기에 어렵게 출발한 김택연은 다음 타자 정준재가 보내기 번트에 실패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로 중견수 플라이를 잡았지만, 이날 감 좋았던 최정을 넘지 못했다. 최정은 좌익수 방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2루주자를 불러들였다. 2-1, 1점 차 박빙.
두산 벤치는 김택연을 더 밀어붙였다. 이어진 1사 1,3루 위기 상황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상대한 김택연이 다시 152km 강속구를 통타 당하며 2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3루주자 박성한까지 홈으로 들어오면서 기어이 2-2 동점을 허용했다. 최민석의 선발승이 무산된 순간이다. 결국 두산 벤치가 투수를 박신지로 교체했다.
다 잡았던 흐름을 내준 두산은 추가 실점은 막고 9회를 끝냈지만, 연장 10회초 끝내 1점을 내주면서 최종 스코어 2대3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를 잡았다면 두산은 다시 한번 '위닝시리즈'를 추가하며 반등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말 3연전을 1승2패로 아쉽게 마칠 수밖에 없었다.
김택연의 올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다. 김진성(LG)과 더불어 리그 블론세이브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지난 7월 25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5경기만에 다시 블룬세이브가 나왔다. 당시 김택연은 두산이 4-3으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했지만 1사 만루 위기에서 수비 실책이 겹치며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구원 등판한 박치국이 김택연의 책임 주자 2명을 더 들여보내면서 ⅔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08로 KBO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던 김택연은 올해 프로 2년차, 마무리 2년차를 맡고 있다. 어느새 18세이브를 올리면서 개인 최다 세이브 기록 경신은 유력하다. 하지만 2점대 극초반이었던 지난해보다 올해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실점율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신인으로 공식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출전했던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평가전에서 상대팀 감독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직구 구위를 가진 김택연이다. 여전히 그가 가진 최대 장점은 묵직한 직구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데이터상 위력이 조금씩 하락했다는 현장 평가도 받고있다.
하지만 결국 두산은 김택연이 해줘야 한다. 고졸 신인 마무리를 발굴해낸만큼 불펜 운영의 중심에 결국 김택연이 있다. 고민 많은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20대 초반 마무리를 키워내는 것만큼의 성과는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