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오늘 못던졌다고 내일 또 못던지는건 아니잖아요."
SSG 랜더스 조병현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핫'한 20대 마무리 투수 중 한명이다. 지난해 시즌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역할을 맡기 시작한 그는 올해가 첫 풀타임 마무리 시즌이다.
그런데 안정감은 예상 이상이다. 9일까지 49경기에 등판해 5승2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27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기록 면면을 자세히 뜯어보면 더 빼어나다. 올 시즌 조병현에게 주어진 세이브 기회는 23번. 그중 22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블론세이브는 단 1개였고, 세이브 성공율이 95.7%에 달한다.
비록 리그 세이브 부문 순위로만 보면 류진욱(NC)과 공동 5위고, 1위 박영현과 8개 차이가 나지만 사실 조병현에게 올 시즌 유독 세이브 기회 자체가 적게 만들어진 셈이다. 세이브 성공율은 각팀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1등이다.
여기에 올 시즌 20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들 전체를 통틀어 최저 평균자책점 1위(1.27)를 마크하고 있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율)도 0.77로 최저 1위다. 오직 세이브 개수만으로 마무리 투수를 평가하기엔 어려운 증거다.
올 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오승환도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로 KT 박영현, 두산 김택연, SSG 조병현을 가장 먼저 꼽았다.
조병현은 "정말 영광이다. 저도 어릴때부터 오승환 선배님의 투구를 보면서 자랐는데, 선배님이 나오면 그냥 무조건 경기가 끝난다는 생각 뿐이었다.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다. 오승환 선배님 하면 누가 봐도 직구 아닌가. 저도 직구를 많이 던지기도 하고, 물론 선배님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직구로 타자를 잡는 투수로 더 성장하고 싶다"며 웃었다.
사실 상무 전역 후, 지난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투수를 맡을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선발 보직에 대한 가능성까지 열려있었던 투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탄한 몸 관리와 마무리에 적합한 멘털까지 갖춘 그는 만 1년만에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로 급성장했다.
조병현은 "제가 사실상 올 시즌에 처음 마무리를 하고있는데도 (경기 중)압박감을 심하게 느낀다. 그런데 선배님은 21년 동안 이 역할을 하셨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 저로 인해 팀의 승패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래서 마운드 위에서 표정도 더 신경쓰고, 공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코칭스태프의 강한 신뢰와 믿음이 마무리 조병현을 이끌어준 촉진제였다. 올 시즌 블론세이브가 1번 뿐이지만, 실점을 하더라도 부진이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그가 가진 가장 빼어난 장점이기도 하다.
조병현은 "오늘 못 던졌다고 해서 내일 또 못던지는건 아니다. 빨리 분석을 해서 안된 부분은 고쳐야 한다. 다음 경기까지 이어지면 안된다. 특히 상대 타자가 잘 쳐서 블론세이브를 했을 경우에는 인정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고 성숙하게 답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됐던 그는 박영현, 김택연 뿐 아니라 KIA 정해영, 한화 김서현, LG 유영찬 등 현재 팀의 마무리인, 혹은 마무리를 최근까지 맡았었던 투수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비슷한 또래끼리 세이브 경쟁을 하는 선의의 라이벌이 생긴 셈이다.
조병현은 "대표팀에서 다 친해졌다. 전부 다 친하고, 첫번째로 모두가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도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잘했으면 좋겠다. 제가 잘한다는 것은 곧 우리 팀의 위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욕심을 슬쩍 내비쳤다.
그러면서 "만약 내년 WBC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이다. 대표팀에서 이 선수들과 다시 만나서 선의의 경쟁을 더 해보고 싶다. 일단 뽑히는 거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뽑혀서 그중 마무리까지 하게 되면 더욱 영광일 것 같다"고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