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2개·석사 2개 이어 6번째 학위 취득한 윤선미씨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시각장애인 가운데 고혈압, 당뇨 없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게까지 갈 일이 아닌데 질환에 무지해 사지 절단까지 하는 것을 보고 이 분야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14일 노원구 삼육대학교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2번째 박사 학위를 취득한 윤선미 박사는 학위 논문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박사는 생후 6개월이 됐을 때 백내장을 진단받은 중증 장애인이다.
윤 박사는 논문에서 중증 시각장애인의 흡연·음주 등 중독 행위, 식습관·식생활 등 라이프스타일과 만성 질환 진단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교회를 다니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사회생활이 제한적이다 보니 할 일도 없고 오갈 데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기에 외로운 마음에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시각장애인은 정보를 소리에만 의존해 취득하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건강 관련 정보가 현저히 부족하다. 이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윤 박사는 실태 파악을 위해 총 450명의 시각장애인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설문했다.
윤 박사는 "단순하게 질문과 답변만 했다면 1명당 15분 정도 걸릴 설문이었지만, 한 명 한 명 삶의 역사를 듣다 보니 거의 모든 사람을 1시간 이상씩 인터뷰했다"며 "하루 종일 11시간이 넘게 인터뷰를 진행하며 많이 지쳤던 기억"이라고 했다.
그런 노고 끝에 그는 고혈압, 당뇨, 간질환, 골관절염이 중독 경험, 정신건강 상태, 수면 부족, 불균형한 식습관, 과체중 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은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우수학위 논문으로 선정됐다.
윤 박사가 학위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여섯번 째다.
1987년 삼육대 경영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같은 대학 사이버지식교육원에서 사회복지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육대 보건복지대학원에서 보건학석사를, 신학전문대학원에서 신학석사, 목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번 논문은 특히 고생스러웠다고 그는 털어놨다. 2년 전 시작된 녹내장으로 색깔과 형체를 희미하게 구분하는 일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윤 박사는 "지금은 검정 선이 있는 것을 보고 '기자님 머리가 저기 있구나' 아는 수준"이라며 "이전에 논문을 쓸 때는 밤새워 100%의 생산성을 냈다면, 이번 논문은 10∼20%밖에 낼 수 없어 노력이 5배 이상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1일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화이트케인'이라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센터장으로서 포부를 묻자, 윤 박사는 "술·담배가 좋지 않다는 교육을 받으면 시작하기 전 주저하게 되지만, 장애인은 교육이 부족해 남들이 하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며 "교육과 실천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에 빛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속삭이며 교정의 녹음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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