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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다 인공지능?…AI 정보 맹신에 진료실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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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AI가 알려준 치료법이 틀렸다는 겁니까?"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A씨는 최근 이유식을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아기의 보호자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의사는 문진과 진단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두드러기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고,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니 약을 먹으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아직 아이가 너무 어려 알레르기 검사를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호자는 "당장 알레르기 검사를 해달라"며 "인터넷에서는 아기 때도 검사를 한다는데 왜 안 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결국 보호자는 의료진의 설득 끝에 겨우 귀가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기능이 대중화되면서 의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는 이로 인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검색으로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 환자들이 의사의 판단을 불신하는 등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일반인이 사용하는 AI 검색은 대체로 임상 현장에서 검증된 보편적인 치료법을 중심으로 안내하기 때문에 참고용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한 업체가 AI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에서 환자들에게 마약류 약품을 처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도 환자가 이를 절대적으로 믿을 경우 의료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기고 만다.
환자가 AI 정보를 근거로 전문의의 의견을 거부할 경우 시기와 정확성이 중요한 수술이나 치료가 지연될 수 있어 위험하다.
이정규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AI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근거로 이용자에게 의료 정보를 알려줄 때도 있다"며 "일반적인 내용은 무관하겠지만 치료나 진단 시기 등 중요한 부분을 AI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경계해야 하는 동시에 의료진도 환자의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AI 정보를 근거로 질문하는 환자에게 AI 답변의 정확성과 한계를 설명하고,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소통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홍 온종합병원 진료처장은 "환자가 AI를 기반으로 한 의료 정보가 옳다고 우길 경우, 해당 정보의 잘못된 점과 개인별 상황에 따라 맞춤 진단이 필요한지 사례를 중심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규 부산대병원 교수는 "AI를 통해 얻은 정보는 전문 의료인을 통해 꼭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psj1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