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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김정은 방중'을 보는 세계의 시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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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 만하다.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은둔의 나라' 지도자가 다자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국제무대 데뷔가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28일 김 위원장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과 조선(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이라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했다. 북한은 당일 대외 매체 격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발표하고 다음 날 대내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도 소식을 짧게 전했다.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세계는 이 장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방 언론은 김 위원장의 다자 외교무대 데뷔라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국적 정상이 모이는 외교 무대에서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데뷔할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김 위원장이 2011년 집권 후 처음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나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NYT와 WP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의도가 깔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CNN은 북중러 3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는 점에서 "독재정권 지도자 세 명이 베이징 톈안먼 성루 위에 나란히 서서 단체 사진을 찍고 명확한 단결 의지를 드러낼 무대"라고 평했다.

BBC 중국 특파원은 '시진핑이 김정은, 푸틴과 회동하는 자리를 만들면서 카드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트럼프에게 보여줬다'는 제목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 시 국가주석과 함께 베이징 중심부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하는 모습은 꽤 멋진 사진(the photo-op)"이며 "이는 시 주석의 중요한 외교적 승리"라고 평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게임에서 자신이 지정학적 카드를 쥘 수 있고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어떤 거래에서든 결정적일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미회담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을 많이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뒷배라는 것을 과시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이어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해 미국 주도 세계질서에 '북중러'로 대항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행사 참석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측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국은 신중한 반응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꽤 주목을 요하는 상황 진전"이라며 "거기서 북중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고 북러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포맷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선다면 반길 일이다. 국제사회와 여러 방면에서 교류하고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제규범을 따를 수 있다. 북한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이 잦아지길 기대한다.
bondon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