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그룹 2PM의 메인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준케이(JUN. K)가 '원조 짐승돌'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이야기를 털어놨다.
1일 발매되는 미니 4집 '디어 마이 뮤즈'는 준케이가 지난해 8월 디지털 싱글 '페인트 디스 러브' 이후 약 1년 만에 내놓는 신보다. 미니앨범으로는 2020년 미니 3집 '20분' 이후 무려 4년 9개월 만이다. "오랜만의 컴백이라 부담도 있었지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더 컸어요. 17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지켜준 팬들에게 선물이 되길 바라며 작업했어요.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담고 싶었죠."
이번 앨범은 사랑과 영감을 주는 존재를 '뮤즈'로 표현한 5곡으로 구성됐다. 특히 앨범명 '뮤즈'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앨범명을 먼저 정한 건 아니지만, 공연을 하면서 느낀 감정에서 비롯됐어요. 무대 위에서 보면, 형용할 수 없는 눈빛이 있어요. 같이 호흡하면서 행복을 같이 느끼는 감정이죠. 그 감정이 저를 음악하는 사람으로 남게 해줘요. 이 고마움이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어떤 의미가 됐으면 했어요. 그래서 팬이 뮤즈라는 의미도 있죠. 그리고 제 앨범을 들어주시는 모든 분이 뮤즈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전곡을 작업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펼쳤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계속 작업하는 이유는 그게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곡을 쓰는 편이었어요. '특이한 장르를 해볼까'라는 고집이 강했지만, 지금은 음악이 시각화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되는 시대잖아요. 어떻게 더 잘 닿을 수 있을지, 음악 세계관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며 작업했습니다."
타이틀곡 'R&B ME'는 R과 B의 새로운 의미가 담긴 곡으로, 신스 사운드와 준케이의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이는 멜로디컬한 팝 트랙이다. 포근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속 사랑을 이야기한다.
"알앤비(R&B)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싶었어요. 가사에 말장난을 섞으며 러브송으로 표현했는데, 이지 리스닝이 가능한 곡이죠. 편안하게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누구에게도 부담이 안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죠."
특히 스트레이 키즈 창빈의 피처링이 핵심 포인트다. "랩 파트를 쓸 때 창빈이 목소리가 바로 떠올랐어요. 부탁했더니 흔쾌히 해줬어요. 창빈이도 가사를 쓰는 친구니 '가사를 바꿔도 된다'고 했는데, '선배님이 쓴 걸 어떻게 바꾸냐'며 제 가사 그대로 녹음해줬어요. 스트레이 키즈 팬분들이라도 제 노래를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창빈 파트만이라도 좋으니, 듣고 제 음악을 더 들어주시면 더 좋겠어요(웃음)."
준케이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예전에는 곡 수정할 때 이유를 설명하려고 (박)진영 형과 새벽에 통화하곤 했는데, 지금은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물 같아요. 회사가 세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700명 규모가 됐죠. 그 과정을 다 봤기에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연습생 생활 포함, JYP에 21년째 몸담고 있다. "회사 안에 있는 사람들도 선하고, 저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주변에서 '어떻게 한 회사에 이렇게 오래 있냐'고 하지만 저도 가끔 '계속 있어도 되나'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죠. 그때 진영 형이 오히려 '오래 있어줘서 고맙다'고 해줘서, 감사했죠."
현재 JYP 대외협력 이사 직함도 갖고 있다. "대외협력은 제가 뭘 했는지 모르겠어요. 타 아티스트 섭외나 미팅을 몇 번 해봤지만, 그게 쉽게 성사되진 않더라고요(웃음)."
2PM 멤버들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우영이와 준호가 커피차를 보내줬어요. 우영이도 이제 솔로 활동하니, 저도 우영이에게 커피차를 보냈고요."
현재 2PM 멤버들은 JYP에 남아 있는 멤버부터 다른 소속사로 활동 무대를 옮긴 멤버, 연기나 솔로 활동에 집중하는 멤버, 결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멤버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각자의 선택과 도전이라 생각하고 존중해요. 그 선택이 2PM을 저버린 마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죠. 이제는 멤버들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생활 얘기보다 '2PM이 앞으로 뭘 해야 할까'를 더 많이 얘기하죠. 팬들 기다림을 알기에 하루빨리 무언가 하고 싶어요."
그도 그럴 것이 2PM의 마지막 국내 완전체 앨범은 2021년 '머스트'. 올해는 슈퍼주니어가 20주년으로 활동하며 자극이 됐다. "선배님들 컴백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20주년에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빨리 머리 맞대야죠."
2008년 데뷔 이후 '하트비트', '우리집', '어게인 앤 어게인', '10점 만점에 10점', '핸즈 업', '아이 윌 비 백', '미친 거 아니야?', '니가 밉다'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글로벌 K팝의 초석을 다져온 2PM. 준케이는 팀의 롱런 비결도 짚었다.
"활동을 자주 못해 롱런이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멤버들이 선하고 착한 것 같아요. 멤버들이 사람으로 참 좋은 친구들이죠. 2PM 활동을 비즈니스적으로 쫓기보다 팬분들과 팀을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해왔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닿을 수 있을지만 고민해요. 다만 비즈니스는 JYP에서…(웃음). 아무튼 멤버들 모두 그런 마음이에요."
'원조 짐승돌'로 불리며 이번 솔로 활동을 준비한 부담감도 솔직히 털어놨다. "다들 아직도 제가 몸이 좋은 줄 아세요. 사실 그렇지 않아요(웃음). 요즘 후배들의 섹시 퍼포먼스 수준이 워낙 높아졌죠. 솔로 앨범에서는 그런 짐승돌 이미지를 조금 내려놓고 있어요. 물론 제가 2PM이니, 짐승돌 이미지는 따라오겠죠. 그래도 음악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인 K팝의 성장도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 세대가 초석을 닦았다기보다, 선배님들이 다져놓은 길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지금은 세계적인 팝스타와 함께 무대에 서는 후배들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커요. 저도 그 흐름 속에 있다는 게 영광이죠."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저희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니는 후배들을 보면 걱정이 돼요. 무대에서 환호받고 돌아와 혼자일 때 허무함이나 공허함이 크거든요. 저도 흔들렸던 시기가 있어요. 각자 자신만의 루틴과 멘탈 케어 방법을 꼭 찾았으면 해요."
준케이의 건강 관리와 멘탈 케어는 이러했다. "한때 우울감이 찾아와서 루틴을 만들었어요. 매일 운동하고 1일 1식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았죠. 불면증은 여전하지만, 꾸준히 루틴을 지키니 괜찮아지더라고요."
2016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지 10년 차. 준케이는 꾸준함을 목표로 삼고 있다. "10년 뒤에도 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번 앨범도 10년 뒤 들었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매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많은 분이 들어주시면 감사할 일이죠. 10년 뒤에도 기자님들 만나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준케이의 미니 4집 '디어 마이 뮤즈'는 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