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켈리와 매우 비슷한 케이스다. 그리고 켈리 때문에 잘 적응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에르난데스의 대체 선수로 데려온 톨허스트가 그야말로 '초대박'이 터졌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자마자 4경기를 던졌는데, 4전승이다. 그냥 이긴 게 아니라 압도적이다. 7-6-5-7이닝을 소화하며 단 2실점을 했고, 자책점은 1점 뿐이다. 평균자책점 0.36. 특히 3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직구 최고구속이 155km까지 나왔다. 7회까지 100개 넘는 공을 던지는데도 평균 구속이 안 떨어졌다. 2023년 LG 감독으로 부임 후 외국인 투수 복이 없었던 염 감독인데 "드디어 나도 1선발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염 감독이 행복한 건 당장 남은 9월 일정과 포스트시즌을 넘어, 외국인 1선발 걱정 없이 내년 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언제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염 감독은 아예 확실한 동기부여 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서 잘해서, 메이저리그로 가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아직 26세밖에 안된 투수. 염 감독은 "구속은 더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스플리터를 던진 지 1년밖에 안됐다더라. 이 스플리터 완성도만 더 높아지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다고 본다. 1사 3루 위기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잘해서 가면 박수치며 보내준다는 얘기를 계속 해주고 있다"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켈리와 매우 비슷한 케이스"라고 했다.
염 감독이 여기서 말한 켈리는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시절 함께 했던 메릴 켈리다. 켈리는 2015 시즌을 앞두고 당시 26세의 어린 나이에 SK와 계약을 했다. 켈리 역시 톨허스트와 같았다. 구위 좋은 유망주였지만,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KBO리그의 러브콜을 받았다. 켈리는 SK에서 4시즌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 역수출 신화를 썼다. 지금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승승장구 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다. 염 감독은 "켈리가 원래 직구, 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체인지업, 커브를 다 배우더니 메이저리그까지 갔다. 톨허스트도 충분히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이어 또 다른 켈리 얘기도 꺼냈다. 이 켈리는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작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케이시 켈리다. 염 감독은 "톨허스트가 이렇게 빨리 적응한 건 오스틴의 역할이 컸다. 오스틴이 새로 온 선수들에게 LG라는 팀의 문화를 가르쳐준다. '이 팀에서는 이건 꼭 해야 한다, 이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이다. 그런데 그 오스틴을 가르친 게 켈리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 문화가 계속 연결이 돼야 한다. 한 번에 3명을 모두 바꾸는 건 위험하다. 경기력은 조금 떨어져도 켈리와 계속 함께 한 이유였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 적응을 위해 켈리가 꼭 필요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켈리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G에서 뛴 대표적 '장수 외인'이자 LG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손꼽힌다. 지난해에는 뚝 떨어진 경기력에 버티지 못하고, 시즌 도중 교체됐는 데 지난달 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깜짝 콜업이 되기도 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