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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감독인 나를 감히 2G 만에 버리다니" '62일' 獨 분데스리가 최단 경기 경질→텐 하흐, 제대로 뿔났다…전례없는 결별, 거친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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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단 2경기 지휘 후 경질된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바이엘 레버쿠젠의 행태에 거칠게 반발했다.

레버쿠젠은 1일(이하 한국시각) 텐 하흐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그는 레버쿠젠 지휘봉을 잡은 지 62일 만에 하차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단 2경기 팀을 이끌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단 경기 해고다. 기존 5경기 기록을 깬 굴욕이다. 텐 하흐 감독은 2일 반박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레버쿠젠이 오늘 아침 해고한 결정은 정말 의외였다. 단 두 번의 리그 경기 만에 감독과 결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번 여름, 과거 팀의 성공에 일조했던 핵심 선수들이 많이 팀을 떠났다. 새롭고 단결력 있는 팀을 구축하는 것은 시간과 신뢰가 모두 필요한 신중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새로운 감독은 자신의 비전을 구현하고, 기준을 정하고, 선수단을 구성하고, 경기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가져야 한다. 나는 확신과 열정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경영진은 내가 필요로 하는 시간과 신뢰를 주지 않았다. 깊이 후회한다. 이 관계는 애초에 상호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저격했다.

텐 하흐 감독은 또 "내 커리어 내내, 감독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온 매 시즌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나를 믿어준 클럽들은 성공과 우승으로 보답받았다"고 덧붙였다. 레버쿠젠이 후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레버쿠젠은 5월 26일 사비 알론소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자 텐 하흐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했다. 임기는 7월 1일 시작됐으며,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2027년 6월까지 레버쿠젠을 지휘하기로 했다.

맨유에서 버림받은 지 7개월 만의 복귀 신고였다. 네덜란드 출신인 텐 하흐 감독은 아약스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아약스를 에레디비지 3회, 네덜란드컵 2회, 요한 크루이프 실드 1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2022년 여름 맨유의 지휘봉을 잡았다.

텐 하흐 감독은 첫 시즌 맨유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3위로 이끌었고 리그컵 우승, FA컵 준우승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 급락했다.

맨유는 EPL에서 7위 이하 떨어진 적이 없지만 8위에 그쳤다. 시즌 마지막 무대인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텐 하흐 감독의 거취는 '경질'로 사실상 결론이 내려졌다.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맨유는 '맨체스터 라이벌' 맨시티를 2대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텐 하흐 감독은 기사회생했다. 텐 하흐 감독은 결과적으로 두 시즌 연속 우승컵을 선물했다.

그러나 3년 차인 2024~2025시즌은 출발부터 최악이다. 텐 하흐 감독은 EPL 개막 후 9경기에서 단 3승만 거두며 14위(승점 11)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리그 페이즈에서 36개팀 가운데 21위에 추락하면서 지난해 10월 경질됐다.

레버쿠젠에서 운명은 더 치욕적이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달 23일 안방에서 열린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호펜하임에 1대2로 패했다. 30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원정경기에선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분데스리가에서 1무1패, 승점 1점에 그쳤다.

1승을 거뒀지만 기록으로 내걸기에는 수치스럽다. 유일한 승리는 지난달 16일 4부 리그인 SG 소넨호프 그로스아스파흐를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서 4대0으로 대파한 경기였다.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전조는 있었다. 텐 하흐 감독의 말대로 이적시장부터 파열음이 있었다. 레버쿠젠은 이번 여름 플로리안 비르츠와 제레미 프림퐁을 리버풀에 매각했다. 조나단 타 역시 계약 만료로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라니트 자카는 '이적 불가'였다. 브라질에서 프리시즌 투어를 펼친 텐 하흐 감독은 당시 "클럽은 중요한 선수 세 명을 잃었고, 우리는 더 이상 잃지 않을 것이다. 자카는 팀의 리더다. 그는 5년 계약을 맺었고, 아직 3년 더 남았다. 그를 팔기에는 너무 중요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카는 일주일도 안돼 선덜랜드로 이적했다.

끝이 아니었다. 아민 아들리는 본머스, 골키퍼 루카스 흐라데키는 AS모나코로 말을 갈아탔다. 레버쿠젠은 대신 역사상 가장 비싼 영입인 1억200만유로(약 1664억원)를 투자해 말릭 틸만, 자렐 콴사, 엘리세 벤 세기르 등 3명을 수혈했다. 하지만 이들이 연착륙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엇박자를 냈다. 브레멘전이 직격탄이었다. 레버쿠젠은 2-1로 앞선 후반 18분 브레멘의 수비수 니클라스 스타크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며 수적으로도 우세했다.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며 승리를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러나 낯 부끄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선제골을 터트린 패트릭 쉬크와 에세키엘 팔라시오스가 키커 자리를 놓고 말다툼을 벌였다. 쉬크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지만 내부 분열 후 분위기는 엉망진창이었다.

브레멘은 역이용했다. 수적열세에도 후반 31분과 추가시간인 49분 만회골과 동점골을 작렬시키며 무승부에 성공했다. 레버쿠젠의 주장 로베르트 안드리히는 격노했다.

그는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해 뛰었고, 모두가 자기 마음대로 경기장을 돌아다녔다. 우리 팀에는 다른 일이나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레버쿠젠에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재앙적인 마지막 모습은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을 상징한다"고 한탄했다.

텐 하흐 감독도 팀의 붕괴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48시간 후의 경질은 상상하지 못했다.

레버쿠벤 수뇌부는 텐 하흐 감독 체제에 미래가 없다고 결정했다. 시몬 롤페스 단장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무도 이런 조치를 취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몇 주 동안 이런 구성으로는 새롭고 성공적인 팀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도 카요 대표도 "시즌 초반에 이별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못박았다.

레버쿠젠의 새 시즌 여정이 벌써부터 힘겨워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