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의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이다!"
스릴러 범죄 블랙 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박찬욱 감독, 모호필름 제작)를 향한 전 세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첫 공개된 '어쩔수가없다'는 외신과 비평가로부터 호평 일색 평가를 받으며 일찌감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이탈리아 현지시각) 밤 베니스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된 이후 나흘째 뜨거운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유명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2일(한국시각) 오전 기준 '어쩔수가없다'는 총 19개 매체의 리뷰(평가)가 등록됐고 영화를 향한 이들의 평점이 모두 100점 만점을 기록, 신선도 100%를 유지 중이다.
리뷰와 평점은 베니스영화제가 폐막하고 4일부터 개막되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26일 개막하는 제63회 뉴욕영화제를 거쳐 중간 평가가 집계될 예정이며 국내 개봉과 동시에 해외 개봉까지 진행된 이후에도 평가가 계속될 전망이다.
평점 100점이라는 이례적 호평으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어쩔수가없다'의 감상평도 주옥같다.
BBC는 '어쩔수가없다'를 향해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이라며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으로 '어쩔수가없다'' 리뷰 기사를 게재했다. 한국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물론,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주요상을 휩쓴 한국 영화사 최고의 걸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빗대어 '어쩔수가없다'를 향한 찬사를 표했고 "박찬욱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면서도 웃긴' 블랙 코미디를 공개했다. 이 작품은 지금 현시대에 공감을 자아내는 세계적인 히트작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버라이어티도 "박찬욱의 눈부신 살인 코미디 '어쩔수가없다'는 통제된 혼돈을 보여주는 마스터클래스"라고 표현하며 "박찬욱 감독이 해고의 광기를 풍자한 황홀할 만큼 재미있는 블랙 코미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을 빛냈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현존하는 가장 우아한 영화감독일 수 있다는 증거로 가득 찬 최신작이다"고 추켜세웠다.
이밖에 가디언은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단단한 자신감이 돋보이는 서사의 추진력. 일종의 코미디 풍의 소동극처럼 시작하지만, 이내 전혀 다른 장르로 변신한다.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그리고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심리적 긴장감과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인디와이어는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자본주의 풍자극.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는 박찬욱 감독의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톤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넥스트 베스트 픽쳐는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현존하는 가장 창의적인 영화감독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등 호평 일색 리뷰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당연히 수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니스영화제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영화는 '어쩔수가없다'다. 이 영화가 하나의 현상이 될 수도 있고 기자들에게 경쟁 부문 최고의 영화가 어떤 작품이냐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지목할 것이다"며 유력한 수상자로 '어쩔수가없다'를 선택했다. 나아가 인디와이어는 베니스영화제뿐만 아니라 내년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부분을 비롯한 주요 부문에 '어쩔수가없다'와 박찬욱 감독의 후보 지명을 예상하기도 했다.
'어쩔수가없다'를 둘러싼 베니스영화제의 '느좋(느낌 좋은)' 분위기에 박찬욱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도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폐막을 기다리게 됐다. 특히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은 '어쩔수가없다'의 모든 공식 행사를 마치고 6일 열리는 베니스영화제 폐막식을 고대하는 중이다. 통상 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초청된 감독들과 배우들은 영화제 분위기와 언론 평가에 따라 폐막식 참석 여부를 결정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을수록 감독과 주요 배우진이 현지에 남아 결과를 기다리는데, 영화제 측으로부터 폐막 당일 '수상 시그널'을 받게 되면 공식적으로 폐막식 참석을 알리고 시상식을 통해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된다. 현재 영화제 중반부를 막 지나 후반부에 접어든 만큼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에게 아직 구체적인 '수상 시그널'은 도달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향한 호의적인 평가가 계속되고 있고 현지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폐막까지 베니스에서 머무는 것으로 가닥을 지었다. 최종적으로 폐막식 참석 여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단 베니스영화제 폐막을 기다리고 이후 토론토로 함께 이동해 8일 토론토 로이 톰슨 홀에서 열리는 '어쩔수가없다' 공식 상영회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병헌은 올해 토론토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뿐만 아니라 한국 배우 최초로 영화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인물에게 수여되는 특별 공로상(Special Tribute Award) 시상도 기다리고 있다.
함께 베니스를 찾은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은 차기작 촬영 및 스케줄로 인해 아쉽게도 먼저 베니스를 떠나 현재 귀국한 상태다.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하며 '국위선양' 한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이 황금사자가 빛나는 트로피를 들고 '금의환향'할지 영화계 귀추가 주목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