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우리가 만약에 잘 해서, 포스트시즌 올라간다면..."
KT 위즈는 지난달 3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죽다 살아났다. 5강 진입을 위해 매 경기가 결승인 KT는 에이스 헤이수스를 불펜으로 투입하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4-3 리드 상황서 헤이수스가 6회 1이닝을 3삼진으로 막아주며 성공을 거두는가 했는데, 8회 불펜이 무너지며 3실점해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는 듯 했다. 하지만 9회말 타선이 상대 마무리 정해영을 무너뜨리며 재역전, 환호했다.
2일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정말 큰 승리였다. 3~5위팀이 다 이겼다. 우리 혼자만 졌다면 아래쪽으로 떨어질 뻔 했다"며 그날 승리가 5강 경쟁에 부스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 6위 KT는 승차 없는 3~5위팀들과 단 반 경기 차이다. 그날 졌다면 9월 추가 편성 일정을 앞두고 자신들 아래 NC, KIA 타이거즈와 한 조로 묶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헤이수스 불펜 카드는 이 감독의 결정이었을까. 이 감독은 "그건 아니다. 헤이수스가 자원을 했다. 선발 등판을 앞두고 사이드 피칭을 하는 날인데, 그 대신 자기가 경기에 나가겠다고 자원했다더라. 재계약이 걸려있어서 어필하고 싶었나"라며 껄껄 웃었다. 이어 "상대에 좌타자가 많은 걸 알고, 팀에 도움이 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이 감독은 그러면서 깜짝 예고도 했다. 잔여 일정이 치러지는 9월에는 경기가 띄엄띄엄 있으니, 이렇게 선발 투수들이 불펜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충분히 더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포스트시즌이다. 이 감독은 "만약 우리가 잘 해서 포스트시즌에 가면, 밑에서부터 올라가야 한다면 헤이수스 불펜 카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공에 힘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패트릭을 중간으로 쓸 생각도 해보고 있었는데, 헤이수스도 괜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를 가을야구에서 불펜으로 쓴다? 행복과 걱정이 공존해서다. 일단 KT는 외국인 투수 둘 말고도 고영표, 오원석, 소형준 등 토종 선발이 넘친다. 반대로 외국인 선수들을 불펜으로 돌릴 생각을 하는 건, 그만큼 확실하게 경기 후반을 믿고 맡길 불펜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KIA전만 봐도 손동현의 구위가 뚝 떨어졌고, 박영현이 블론 세이브를 저질렀다. '불펜 왕국' 명성에 올해 금이 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불펜에서 잘해도, 능력 있는 투수는 선발로 나와 6~7이닝을 막아주는 게 베스트다. 이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 헤이수스를 정말 불펜으로 돌릴지는 그 때 가서 지켜봐야 할 듯. 일단 중요한 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