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가 열릴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경주 APEC은 2005년 부산 APEC 이후 한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APEC 정상회의이다.
부산 APEC이 '해양 국가' 한국, '동북아 산업, 물류 거점' 부산을 세계에 알렸다면 경주 APEC은 한류의 원천인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국제사회에 각인하게 될 것이다.
세계는 한국의 미래 천년을 열 저력을 신라 천 년 역사를 간직한 경주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 제2의 '분짜 오바마'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찾았던 '분짜 흐엉 리엔' 식당은 '분짜 오바마'로 불리며 세계인의 맛집이 됐다.
경주 APEC은 제2, 제3의 '분짜 오바마'를 출현시킬 수 있을까.
경주 특산품인 경주빵이나 십원빵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과 협력을 위한 국제협력체인 APEC은 회원국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이다.
이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62조 달러로, 세계 GDP의 62%를 차지한다.
교역량은 30조 달러로, 전 세계의 50%에 해당한다.
인구는 29억 명. 전 세계의 38%이고, 면적은 전 세계의 46%에 이른다.
경주 APEC에 부쳐 한국이 꾸는 꿈은 경제산업 발전과 한류(K컬처) 르네상스이다.
개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상징적인 도시에서 연다는 개최지 선정 원칙에 경주는 꼭 들어맞는다.
회의 장소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는 국제관광휴양단지인 경주보문단지에 있다.
◇ 신라 전통과 현대 첨단 시설의 조화…보문관광단지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화한 경주타워가 눈길을 사로잡는가 싶은데, 경주월드의 '드라켄' 탑승자들이 내지르는 괴성에 '깜놀'('깜짝 놀라다'를 줄인 유행어)한다.
국내 대표 종합 관광단지이자 경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보문단지를 찾는 관광객이 대개 겪는 경험이다.
'드라켄'은 놀이공원인 경주월드에 있는 롤러코스터로, 국내 최초의 90도 수직 낙하로 유명하다.
세계에 몇 안 되는 첨단 놀이기구이다.
보문단지의 첫인상은 이처럼 고대와 현대의 '앙상블'(조화)에서 비롯된다.
특급 호텔, 리조트, 골프장, 국제회의장, 박물관, 미술관, 테마 공원 등 다양한 관광, 레저, 휴양 시설이 거대 인공호수인 보문호 둘레에 들어서 있는 보문관광단지는 그림처럼 아름답다.
총면적은 240만여 평. 프랑스 에비앙이나 스위스 제네바 호수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국제적 수준의 관광단지이다.
보문단지는 경주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된 197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렸던 시절, 보문의 개발은 문화와 여가에 눈을 돌리게 한, 한국 관광산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곳 호텔에 묵거나 골프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보문호 둘레길 8㎞는 한 바퀴 돌아볼 가치가 충분한 명소이다.
작은 공원과 운치 있는 다리, 조각 작품, 야외 탁자 등 경치 좋은 곳이 한둘이 아니고, 편의 시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다.
◇ 역사 문화 관광 도시의 상징…경주타워
현대에 지어졌지만, 고색창연한 신라 유적과 문화재만큼 인상적인 새 랜드마크가 경주타워이다.
신라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였던 황룡사 9층 목탑을 모티브로 건축됐다.
황룡사 목탑의 높이와 같은, 82m 높이이며 보문단지 내 경주엑스포대공원에 있다.
보문호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와 카페가 탑의 꼭대기에 있다.
황룡사 목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주 타워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교류했던 신라인들의 진취적인 세계관을 담았다.
탑 외관 자재로 사용된 유리의 엷은 녹색은 신라 왕릉 출토품인 로만글라스의 색을 상징한다.
이 색조는 로마와도 교류했던 신라의 국제적 문화 수준을 표현한다.
경주타워는 '바람의 건축가'로 알려진 이타미 준(1935∼2011. 한국명 유동룡)의 작품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한 재일 한국인 건축가이다.
프랑스 국립 기메미술관에서 동양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고,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건축가로 인정받았다.
그는 지역성과 풍토에 주목해 인간의 삶에 어우러지는 건축을 추구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딸인 유이화가 설계하고 건축한 유동룡미술관이 제주에 있다.
경주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는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 회고전이 지난 7월 시작해 8월 중순까지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었다.
신라 화가 솔거의 이름을 딴 이 미술관은 2018년 문을 열었다.
'빈자의 미학'을 보여주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 작품이다.
솔거미술관에는 한국화의 거장이자 수묵화가의 마지막 세대로 통하는 박대성 화백의 기증 작품들이 상설 전시되고 있었다.
◇ 세계 최초의 문화 박람회를 개최한 경주
볼거리 넘치는 엑스포 대공원
경주시는 1998년 세계 최초로 문화, 예술을 주제로 한 국제문화박람회를 개최했다.
경주가 품고 있는 거대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독창적인 문화를 융화해 인류문화를 새로 꽃피우겠다는 야심에서 출발한 대형 이벤트였다.
이 엑스포는 2019년까지 10차례 글로벌 행사로 펼쳐졌다.
대부분 경주에서 열렸으나 2006년에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 엑스포가 열렸던 행사장이 현재의 경주엑스포대공원이다.
공원에는 경주타워, 솔거미술관 외에도 다양한 전시, 공연, 영상, 문화콘텐츠 공간이 있었다.
'천마의 궁전'에서는 경주의 문화유산이 첨단 미디어아트로 되살아난다.
'화랑숲'은 낮에는 맨발 전용 둘레길, 밤에는 신화와 전설을 따라가는 이색 탐험 장소로 변신한다.
첨성대 영상관은 3D 애니메이션 영상 관람소였다.
거대한 또봇을 눈앞에서 만나는 또봇스토리뮤지엄은 아이들의 '핫플레이스'였다.
국내 최고의 넌버벌 퍼포먼스를 표방하는 인피니티 플라잉, 자연사 박물관, 경주엑스포기념관인 살롱헤리티지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엑스포대공원은 온 가족이 하루를 보내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하루만 관람하기엔 아쉽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9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