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팀 내에 좋은 내야수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4일)처럼 내 장점을 잘 보여 드려야 한다."
군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산 베어스 유격수 안재석이 군 공백기가 무색하게 불방망이를 뽐내며 두산의 후반기 돌풍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안재석은 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1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12대3 대승을 이끌었다. 9위 두산은 55승6무65패를 기록, 8위 KIA 타이거즈와 2경기차까지 좁혔다.
안재석은 2023년 11월 돌연 현역 입대를 결심했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1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해 프로 3년차를 마무리할 시점이었다. 상무는 아예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당시에는 완전히 야구와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반복되는 손목 통증이 안재석을 괴롭히기도 했고, 성적이 부진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어린 유망주들이 대부분 겪는 과정이다. 입대 직전 시즌이었던 2023년에는 27경기 타율 0.188(64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OPS 0.518에 그쳐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안재석은 군대에서 일단 몸을 키웠다. 몸무게를 15㎏가량 늘리면서 힘이 좋아졌다. 입대 전 75㎏이었던 몸무게는 90㎏까지 찌웠다. 1년 정도 배트를 내려놓으니 야구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커졌고, 전역 직전에는 사회인야구 리그까지 뛰면서 경기 감각을 빨리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성적표로 옮겨졌다. 안재석은 지난 8월 전역 후 복귀해 17경기에서 타율 0.410(61타수 25안타), 1홈런, 12타점, OPS 1.111을 기록했다. 입대 전 안재석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성적이다. 아직 주전 유격수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내년에도 이런 타격감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당장 안재석을 밀어낼 만한 유격수는 보이지 않는다.
안재석은 최근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이날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건강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안재석은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유격수로 출전했다. 부상 부위는 다 나았다. 몸 컨디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1루 수비보다는 유격수 수비가 몸에 더 편하긴 하다. 오늘(4일) (박)준순이랑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합이 필요한 플레이가 많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소통도 잘 되고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타석에서 활약과 관련해서는 "최근 1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는데 특히 오늘은 운 좋게 출루도 많이 하고, 유격수 수비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다. 이런 부분도 적응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유찬, 박계범, 박준순, 오명진 등 젊은 내야수들과 경쟁에서 계속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재석은 "팀 내에 좋은 내야 자원들이 많기 때문에 오늘처럼 내 장점을 잘 보여드려야 한다. 나는 안정적인 수비와 강한 어깨, 그리고 타격적인 부분에서 장점이 있지 않나 싶다. 건강한 경쟁은 팀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부상을 특히 신경 쓰고 있다. 비록 지금 아쉬운 순위이긴 하지만 팬분들께서 내년이 기대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