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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공백 투수 투입 무리수?' 5강 위기에 왜 모험 걸었나…"사실 처음 대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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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던지는 것은 못 봤는데, 보고를 문서로만 받았는데 평가서가 굉장히 좋게 왔었다."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은 4일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1군에 등록한 좌완 하준영을 향한 기대감을 보였다. 5강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군 공백기가 있는 선수지만, 불펜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준영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 타이거즈와 6년 150억원 대형 FA 계약을 한 외야수 나성범의 보상선수로 NC에 왔다. 하준영은 당시 '비운의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2018년 KIA에 입단해 구속을 최고 150㎞까지 끌어올리며 주목을 받았는데, 2020년 왼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술과 뼛조각 제거술을 받으면서 제동이 걸렸다. 2021년 하반기 복귀를 목표로 했으나 어깨 통증으로 또 무산. 그러다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임선남 NC 단장은 보상선수 지명 당시 "약간의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그럴 만큼의 기량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하지만 하준영은 2022년과 2023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2시즌 통틀어 104경기에서 4승, 6홀드, 88이닝,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했다.

결국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하준영은 2023년 시즌을 마치고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지난 3일 소집해제됐다.

이 감독은 소집해제 하루 만에 하준영을 1군 마운드에 올리는 구상을 했다. 상무에 입대했다 전역한 선수들이 바로 1군에 합류해 경기를 뛰는 사례는 있어도 사회복무요원이나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던 선수들은 몸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해 바로 1군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하준영의 개인적인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주중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일과가 끝난 이후 마산야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고, 주말에는 팀 훈련에 합류해 갑각을 유지해왔다. 올해부터는 가능한 일정을 맞춰서 D팀 평가전(비공식 경기)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소집해제를 앞두고 했던 훈련 방식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이 감독은 "던지는 것은 못 봤다. 신분이 사회복무요원이라 문서로 보고만 받았는데, 평가는 굉장히 좋게 왔다. 성실한 선수라고 들었다. 같이 야구는 안 해봤기 때문에 사실 처음 대면하긴 했는데, 성실해서 이렇게 바로 소집해제되자마자 던질 수 있는 몸까지 만들었다. 사실 (하)준영이가 아까 인사하러 왔을 때 '오자마자 조금 어려운 상황에 등판할 확률이 조금 높다.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했다. 오늘(4일) 연투에 들어간 투수들이 조금 많아서 힘든 상황에 첫 등판이 될 수 있으니 생각하고 있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5강 싸움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이 감독도 하준영을 접전에 급하게 올리고 싶진 않았겠지만, 마운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바로 올릴 계획을 세운 것.

이 감독이 예고한 대로 하준영은 3-3으로 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2023년 10월 17일 광주 KIA전 이후 688일 만의 1군 복귀전. 결과까지 좋았다면 좋았겠지만, 복귀전의 긴장감 탓인지 제구가 좀처럼 되지 않았다. ⅓이닝 23구 2피안타 2볼넷 2실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NC는 하준영 이후 불펜이 줄줄이 무너져 3대12 대패. 2연패에 빠진 7위 NC는 5강권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구속은 입대 전만큼 회복했다. 직구(13개), 체인지업(7개), 슬라이더(3개)를 던졌는데, 직구 최고 구속은 145㎞까지 나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시속 130㎞ 초반대로 형성됐다.

NC 관계자는 "하준영이 소집해제 직후 1군 합류를 개인적인 목표로 삼고 열심히 준비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준영은 복귀전의 아픔을 딛고 한번 더 기회를 얻어 2년 동안 묵묵히 준비한 것들을 마운드에서보여줄 수 있을까.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