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현장에서 올 시즌에도 폭넓게 활용할 뜻을 내비쳐 FA 계약을 체결했다."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내야수 서건창과 1+1년 최대 5억원 FA 계약을 했다. 서건창은 지난해 94경기에서 타율 0.310(203타수 63안타), 26타점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통합 우승에 기여했고, 이범호 KIA 감독은 그런 서건창을 전력에 남겨 두고 싶어 했다.
다만 KIA의 올 시즌 전력 구상을 봤을 때 서건창이 들어갈 자리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서건창은 커리어 대부분 2루수로 뛰었지만, KIA에서 주전 2루수 김선빈을 밀어내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는 1루수가 무주공산이라 서건창이 1루수로 출전 시간을 벌었지만, 올해는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새로 영입해 1루수를 맡겼다. 수비가 약한 서건창을 지명타자로 쓰자니 붙박이 베테랑 4번타자 최형우가 버티고 있다. 결국 서건창은 나이 30대 후반에 스프링캠프에서 외야 수비 훈련까지 했다.
하지만 서건창은 올해 1군 단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지만, 타율 0.136(22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OPS 0.526으로 부진했다. 지난 4월 18일 2군행을 통보 받았는데, 140일째 1군 등록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군에 계속 자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KIA는 어느 해보다도 부상자가 많았다. 김선빈과 나성범, 김도영 등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그동안 백업으로 머물렀던 야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서건창에게 기대했던 몫을 오선우가 먼저 기대 이상으로 채운 게 컸다. 오선우는 1루수와 코너 외야 수비가 가능한 동시에 거포의 잠재력까지 뽐냈다. 104경기에서 타율 0.272(371타수 101안타), 16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선에 안착했다. 2019년 입단해 7년 만에 처음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 KIA로서는 1989년생인 서건창보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1996년생 오선우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게 맞았다.
김선빈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김규성, 박민 등에게 기회가 갔다. 20대 젊은 내야수들의 수비 움직임이 훨씬 좋기에 이 또한 서건창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김도영이 없어 위즈덤이 3루수를 대신 맡았을 때는 오선우가 1루수로 뛰거나 변우혁이 기회를 얻었다. KIA는 베테랑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 기조로 갔고, 서건창은 갈수록 설 자리가 없었다.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황에서 서건창은 퓨처스리그에서 1군의 결정을 반박할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34경기에서 타율 0.247(81타수 20안타),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그래도 최근 10경기에서 꼬박꼬박 경기마다 안타 하나씩은 치면서 타율 0.321(28타수 9안타)를 기록했는데 9월 확대 엔트리 시행에도 서건창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KIA는 윤도현, 박재현, 정해원 등 어린 야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서건창의 2026년 계약은 올해 옵션을 충족해야 자동 연장된다. 2군에서 올 시즌 시간 대부분을 보냈기에 옵션을 채우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 30대 후반 선수고, 올해 부진한 시즌을 보냈기에 옵션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뛸 수 있는 팀을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원치 않아도 은퇴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서건창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시절인 2014년 201안타를 달성해 KBO 역대 최초로 200안타 대기록을 작성했다. KBO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수이기에 마지막을 바라보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