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타격의 꽃은 홈런이다. 수비의 꽃은 유격수다. 유격수가 홈런을 치면 슈퍼스타다.
그만큼 희귀하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에서 공격적인 생산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홈런 치는 유격수는 다 메이저리그로 갔다. 강정호가 그랬고 김하성이 그랬다.
두산 베어스는 역대 유격수 고민이 컸던 팀은 아니다. 김민호 손시헌 김재호로 이어지는 계보가 탄탄했다.
다만 이들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수비에서는 실수가 적고 안정적이며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교과서 타입이었다. 방망이는 정확도 위주였다. 홈런을 20개씩 때린다든지 장타율 0.500을 넘긴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대형 유격수'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나타났다. 2021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 안재석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체중이 15kg 불었다. 근육질 체형으로 변신해 돌아왔다. 장타력이 부쩍 늘었다.
7월 복귀한 안재석은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익히다가 최근 들어 유격수 수비도 나가기 시작했다. 안재석은 73타석 타율 3할8푼8리에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1.043이다. 홈런이 1개이지만 2루타 10개에 3루타도 1개다. 장타율이 0.612다.
유격수가 OPS 0.800만 넘어도 국가대표급이다. 0.900을 넘기면 메이저리그에 간다. 강정호가 KBO리그 통산 OPS가 0.887이다. 김하성은 0.866이다. 물론 안재석도 400타석 이상 들어가면 현재 수치를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잠재력만큼은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골든글러브 2루수 출신인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안재석이 김주원(NC)처럼 성장하길 바랐다. 김주원은 올해 124경기 553타석 타율 2할9푼9리에 14홈런 OPS 0.850을 기록했다. 김주원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
조성환 대행은 "재석이가 유격수로 4경기 나갔는데 그쪽으로 타구가 하나 밖에 안 갔다"며 웃었다. 수비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이야기였다.
공격 잠재력은 확실히 확인했다. 조성환 대행은 "저는 올 시즌의 김주원 선수 정도를 보고 있다. 홈런도 한 15개에서 20개 정도 칠 수 있는 중장거리형 타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교타자 느낌은 아니다. 큰 그림의 대형 내야수로 크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수비에서는 일단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성환 대행은 "안재석 선수가 군에 가기 전에 저와 훈련했을 때 화려함만 조금 빼자고 했었다. 안정감을 더하고 화려함을 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안재석 선수가 체격이 좋아져서 동작이 작아도 어딘가 화려하게 보일 수가 있다. 남은 기간 안정감을 더하는 방향으로 훈련하면서 계속 강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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