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 사상 첫 '혼혈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가 태극마크를 달고 뛴 첫 경기는 그의 대표팀 승선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A매치 데뷔전이었고, 주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시간이 적었지만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갔다. 큰 실수가 없었고, 자신의 장점을 몇 장면을 통해 보여주었다. 카스트로프는 홍명보호 중원에 새로운 강력한 옵션이 될 수 있게 됐다.
카스트로프는 7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대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18분 김진규와 교체되며 경기장을 밟았다. 27분 가량을 소화하며 한국의 2대0 승리에 일조했다. 그는 이번 A매치를 앞두고 가장 '뜨거운' 사나이였다. 발탁이 예고된 시점부터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인 카스트로프는 독일축구협회(DFB)에서 대한축구협회(KFA)로 소속을 옮기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비적인 '6번'과 기술적이고 활동량이 중요한 '8번'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선수, 독일 무대에서는 파이터적인 근성도 돋보였다. 한국 대표팀 중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홍명보 감독은 9월 A매치 명단에 카스트로프를 올리며 본격적인 점검을 예고했다. 발탁 당시 홍 감독은 "경기적인 측면만 보고 선발했다. 지금 3선 선수들과는 유형이 다르다. 빠르게 적응해 그의 열정이 장점이 돼 새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의 3선은 계속 고민거리였다. 그간 주전으로 나섰던 선수들 모두 한 끗이 부족했다. 새로운 옵션으로 떠오른 카스트로프가 이번 9월 A매치에서 얼마나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고, 어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지도 관전 포인트였다.
대표팀에도 빠르게 녹아들고자 노력했다. 독일에서 곧장 미국으로 향한 카스트로프는 홍 감독은 물론 선수들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독일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적응을 도왔다. 카스트로프는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이 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도록 돕고 싶다. 이미 여기 온 것 자체가 꿈을 이룬 것이다. 내 기량을 잘 보여서 감독님이 월드컵에서도 나를 선택하실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감독에게도 그는 향후 대표팀 중원 구성을 위해 중요한 선수였다. 훈련과 함께 팀 전술에 녹아들기 시작하며, 곧바로 9월 A매치 첫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장에 들어선 카스트로프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수비 진영에서의 간결한 연계와 수비, 공격 진영에서는 압박과 재빠른 움직임이 돋보였다. 중원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활동량과 공을 받기 위한 꾸준한 오프더볼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37분 직접 드리블을 통해 중원에서 탈압박과 공격 전개까지 시도하는 장면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7분 가량을 소화한 카스트로프는 패스 성공률 88%, 클리어링 1회, 인터셉트 2회, 공 소유권 회복 2회, 경합 성공 2회 등 세부적인 스탯도 준수했다. 홍 감독은 "첫 경기였지만 나름대로 그동안 준비를 잘 한 모습이 경기장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팀에 좋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 사상 첫 혼혈 선수가 될 자격이 있음은 충분히 보여줬다. 홍명보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할 중요한 카드를 한 장 얻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