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나 때문에 화도 많이 나셨을 텐데, 그래도 응원을 해 주셨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복귀해서 응원을 받고 경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NC 다이노스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드디어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무려 711일의 기다림. 반복된 부상과 군 공백기로 팬들이 실망했던 게 사실이지만, 마운드에 서 있을 때만큼은 함성과 뜨거운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2020년 NC에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안겼던 리그 최고 에이스를 잊지 못한 팬들은 폭우로 1시간 넘게 경기가 지연 개시된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구창모를 반겼다.
구창모는 7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0구 4안타 무4사구 2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구창모가 KIA 타선을 처음에 잘 묶어둔 덕분에 NC는 불펜 총력전을 펼칠 수 있었고, 2대1로 승리해 8위에서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구창모는 리그 최고 좌완으로 군림할 때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우습게 던졌던 투수다. 그런데 이날은 직구 23개를 던지면서 구속은 최고 143㎞, 최저 136㎞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13개(시속 126~134㎞), 포크볼 13개(시속 126~130㎞), 커브 1개(112㎞)를 섞었다.
구창모는 구속이 느려진 것과 관련해 "경기에서 구속이 잘 안 나와서 맞혀 잡으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된 것 같다. 아직 첫 경기고 빌드업이 잘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괜히 무리하면 또 안 좋은 결과가 나올까 봐 무리하지 않게 조절했다"고 이야기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김형준은 "오랜만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역시 구창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 투구는 아니었지만, 로케이션으로 충분히 타자를 상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건강한 (구)창모 형의 공을 받을 수 있어서 기뻤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함께 많은 승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창모는 "(김)형준이 리드가 좋았다. 진짜 오랜만에 형준이랑 호흡을 맞춰 봤는데, 여전히 리드가 그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나는 그냥 포수의 리드대로 사인이 난 대로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오랜 기다림에 지쳤을 팬들을 향한 사과가 이어졌다.
구창모는 NC가 2022년 시즌 뒤 최대 7년 총액 132억원 규모의 비FA 다년 계약을 했지만, 계약 이후 이날 전까지 11경기 등판에 그치면서 악성 계약 우려를 샀다. 2020년부터 반복된 왼팔 척골 부상이 가장 큰 문제였다.
711일 전인 2023년 9월 27일 창원 KIA전에서 2⅓이닝을 던지고 갑자기 몸에 이상을 호소해 교체됐고, 병원 검진 결과 왼팔 전완부 척골 재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된 게 약 3년 공백의 시작이었다.
재활 과정에서 상무에 입대해 재활 공백을 줄이고자 했는데, 올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했다가 타구에 왼쪽 어깨를 맞는 바람에 상무에서도 거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지난 6월 전역 직후 구창모의 합류를 기대했던 이호준 NC 감독이 크게 실망했던 사건이었다.
구창모는 빌드업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 감독이 시간을 줬지만, 또 왼쪽 팔꿈치 근육이 뭉치는 증상이 생겨 2개월 가까이 복귀가 더 미뤄졌다. 시즌이 거의 끝날 때가 됐지만, 구창모는 1군에서 힘을 보태고 싶은 의지로 이 감독에게 요청해 1군에서 빌드업 등판을 하기로 했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구창모는 "진짜 힘들었다. 그런데 내가 티를 낼 수도 없고, 2군에 있으면서 선수들, 코치님들, 트레이너 선생님들까지 진짜 편하게 대해 주셨다. 진짜 그런(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도록 옆에서 많이 챙겨 주셨다. 그것 때문에 이겨냈던 것 같다. 2군에 있는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커피든 피자든 다음에는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팬들에게는 "나 때문에 많이 화도 나셨을 텐데, 그래도 응원을 해 주셨기에 이렇게 복귀해서 응원을 받고 또 경기를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끝까지 이탈하지 않고 팬분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준비를 잘해서 꼭 계속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묵묵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린 이호준 감독에게는 "죄송한 마음이 컸다. (전역할 때) 중간 투수들과 선발투수들이 그때 한창 또 힘들 때였다. 내가 올라와서 보탬이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투수들이 힘들었던 것 같다. 나 하나 때문에 팀 성적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더 빨리 복귀해서 보탬이 됐다면 그래도 조금 더 쉽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조금 많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투구 후 몸 상태는 어떨까.
구창모는 "지금 알은 밸 것 같다. 아무래도 2군에서 던지는 것과 1군에서 던지는 게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까 힘을 조금 더 쓰는 것 같다. 그 외에는 특별한 증상은 없다"며 다음 등판에 이닝을 더 늘릴 구상을 했다.
이호준 감독은 "구창모가 복귀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 넣으며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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