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손흥민(33·LA FC)을 감동시킨 함성,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에겐 절망이었다.
7일(이하 한국시각) 뉴저지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 간의 평가전. 경기장은 흡사 국내 A매치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다. 이역만리 타지로 찾아온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집결한 한국 교민들의 "대~한민국!" 함성이 뉴저지를 뒤덮었다. 이날 1골-1도움으로 홍명보호의 승리를 견인한 손흥민은 "원정에서 이렇게 많은 팬의 응원을 받은 게 엄청 오랜만"이라며 "홈 경기 같아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포체티노 감독도 '한국인 줄 알았다'는 농담을 저에게 했을 정도다. 팬들의 열정과 사랑 덕분에 우리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등 이날 경기를 지켜본 미국 현지 매체들마저 '미국이 홈팀이었지만, 흡사 원정팀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고 평했을 정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포체티노 감독은 한국전에서 0대2로 패한 뒤 미국 팬들에게 응원을 간청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는 월드컵에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할 것이다. 하지만 쉽게 이길 순 없다"며 "더 많이 (경기장으로) 와달라"고 말했다.
미국에게 한국전 같은 분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중미골드컵, 네이션스리그 등에 나설 때마다 미국 현지에 거주 중인 히스패닉계들이 경기장 대부분을 찾아 미국과 맞선 팀들을 응원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멕시코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중미 팀이 아닌 한국과의 평가전마저 자국 팬들의 함성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상황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미국에서 축구는 여전히 '마이너'다. 미식축구(NFL),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프로농구(NBA),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과 견줘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인기는 차이가 크다. 국제대회에서 선전해 온 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15위까지 끌어 올렸고, 유럽 무대에서도 다수의 선수가 빅클럽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축구 대표팀의 인기는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의 부진은 비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3월 네이션스리그에서 파나마, 캐나다에 잇달아 패하며 경기장에서 야유를 받자 팬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 바 있다'며 '포체티노 감독이 더 많은 홈 팬이 경기장을 찾아주길 원하는 건 확실히 옳은 말이지만, 이는 이루기 보다 바라기 쉬운 과제일 뿐이다.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대표팀의 흥행 부진은 오랜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 팬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할 수 있는 시간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미식축구처럼 다른 스포츠에 집중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소식을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은 10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로우어닷컴필드에서 일본과 만난다. 2만371석 규모의 아담한 경기장 규모. 미국축구협회가 판매 중인 입장권 중 가장 싼 골대 뒤 좌석 입장권 가격은 55.9달러(약 7만8000원)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미국 대표팀 경기는 입장권 가격이 높다. 일반 팬이나 현재 상황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팬들에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기를 전후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