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가을 바람에 취한다" 세종·충북에서의 특별한 하루

by

한낮의 태양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저 먼 곳에서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다. 당일치기로 부담 없이 가볍게 소풍 가듯 떠나기 좋은 세종·충북의 가을 단풍 여행지를 소개한다.

▶고요한 분위기 가득 '배론성지'

배론성지는 한국 천주교 전파의 진원지로 천주교 역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성지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성지순례 신자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특히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에 방문하면 더욱 좋은 곳이다.

신유박해(1801)때 많은 천주교인이 배론 산골로 숨어들어 살았는데 그들은 옹기장사로 생계를 유지했다. 황사영이 당시의 박해상황과 천주교 신도의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토굴 속에 숨어 집필한 곳이며, 현재 황사영이 명주천에 쓴 백서의 원본은 로마 교황청 바티칸 민속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배론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성 요셉 신학교가 소재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 최초의 신학교임과 동시에 조선 최초의 근대신학 교육 기관이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에 이어 두 번째 사제가 된 최양업 신부의 묘도 여기 있다.

배론 이란 지명은 골짜기가 배 밑바닥 모양을 닮아 한자 새김으로 주론(舟論)으로 불리다가 언젠가부터 배론(排論)으로 바뀌었다.

▶도심 속 특별한 공간 '국립세종수목원'

도시 한 가운데 초록색 나무가 가득한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가운데 조성된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대 사계절 온실을 비롯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적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에서 2,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해마다 정성껏 가꾸고 있어 처음 개장했을 때 보다 더욱 더 푸르고 풍성한 수목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랜드마크가 된 사계절전시온실의 모양은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해서 다자인 한 것으로 지중해전시온실, 열대전시온실, 특별기획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960본을, 열대식물전시원은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724본을 관찰할 수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계절마다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11월 2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기획전시 '한 여름 밤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네덜란드 대표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재해석한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침실 등 4개 작품을 모티브로 공간을 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 해바라기, 사이프러스, 아몬드나무 등의 식물로 꾸며진 이색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대통령 별장에서 만나요 '청주 청남대'

울긋불긋 다양한 야생화와 잘 가꿔진 나무들, 그리고 하늘에 닿을 듯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반겨주는 청주 청남대. 넉넉한 산책 공간과 가을 옷으로 갈아입어 한층 더 낭만적인 별장을 선보인다.

대청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청남대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으로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총면적은 184만 4천㎡로, 주요 시설로는 본관을 중심으로 골프장, 그늘집, 헬기장, 양어장, 오각정, 초가정 등이 있고 다섯 분의 대통령이 89회 이용하였으며, 2003년 4월 18일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개방 이후 매년 평균 75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다.

계절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꾸는 조경수 100여종 5만2천여 그루와 야생화 130여종 20여 만 본은 청남대의 또 다른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청남대를 이용ㆍ방문한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총 13.5km의 산책로인 대통령길은 황톳길, 마사토길, 목교 등이 있으며, 산철쭉, 금낭화, 춘란, 할미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다. 야생화마다 붙어있는 이름표는 QR코드로 상세 검색이 가능하여 자연학습에 유용하며 대청호를 바라보며 걷기 좋은 숲속의 길이다.

▶꼬불꼬불 단풍길 드라이브 '보은 말티재'

형형색색 울긋불긋한 단풍 숲 사이로 S자 모양의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지는 충북 보은 말티재는 가을철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명소다. 창문 너머로 스쳐가는 풍광도 예쁘고, 말티재전망대에 서서 오고가는 차를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말티고개'는 조선왕 세조가 피부병으로 요양 차 속리산에 행차할 때, 험준한 이 고개에 다다라 타고 왔던 어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유래다. 높은 고개라는 뜻도 전해지고 있다. 말티재는 속리산 터널이 개통되기 전 법주사를 가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언덕길이었다.

속리산 말티재 꼬부랑길은 해발 430m 자락의 7km 길이로 잘 보존된 우거진 천연림이 좌우측으로 펼쳐져 있는 곳이다. 이 길의 큰 장점은 자연을 훼손하는 인공시설물 없이 잘 보존된 천연림과의 조화라는 점이다. 산모퉁이 굽이도는 자락길이어서 풍경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보은 솔향공원 소나무홍보전시관 주차장에서 말티재 정상 쪽으로 왕복 5시간정도 소요되는 길로 완만한 경사를 갖고 있어 많은 등산객과 탐방객이 즐겨 찾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