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위기의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가 마지막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KIA는 프로야구 역대 최초 불명예 위기에 놓였다. KIA는 시즌 성적 58승4무64패를 기록해 8위에 머물러 있다. 아래 9위 두산 베어스와는 1.5경기차에 불과하다. 감독 사퇴 풍파를 겪었던 두산은 후반기 승률 2위에 오를 정도로 최근 기세가 대단하다. KIA가 만약 또 연패에 빠지면 9위 추락은 순식간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이래 전년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8위 이하 성적을 낸 사례는 단 한번뿐이었다.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OB 베어스(현 두산)가 1996년 최하위 8위로 추락한 게 유일하다.
8위 KIA가 만약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1996년 OB에 이어 역대 2번째 불명예 기록을 쓴다. 9위로 추락하면 프로야구 역대 최초 불명예 기록을 작성한다.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프로야구 역대 최다인 12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통의 강호다.
구단 역사상 9위 이하의 성적을 낸 시즌은 2021년뿐이었다. 그해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과 조계현 단장이 모두 물러나고 새 판을 짰다. 윌리엄스 감독은 2020년부터 KIA와 3년 계약을 했지만, 구단 역대 최악의 역사를 쓰는 바람에 2년 만에 중도 경질됐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30홈런-100타점 MVP 타자 김도영이 3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0경기밖에 뛰지 못한 게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곽도규, 윤영철, 황동하 등 마운드 주축 투수들이 수술과 불의의 사고로 시즌을 접은 것도 큰 마이너스 요소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로 FA 이적한 장현식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것도 고전의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트레이드로 조상우, 김시훈, 한재승 등을 영입했으나 현재 승리에 도움을 주고 있는 투수는 조상우뿐이다. 조상우의 올해 평균자책점은 4.53이다.
KIA는 올해 FA를 앞둔 최형우와 양현종, 박찬호 등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봤지만, 가을야구 문턱도 밟지 못할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KIA는 일단 불명예 기록은 막고자 한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를 차례로 만나는 이번 주에 무너지면 명예 회복은 어렵다.
이범호 KIA 감독은 일단 더 많은 승리를 위해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2번 등판할 수 있도록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줬다. 원래 순서대로면 이의리가 9일 광주 삼성전에 등판해야 했지만, 토미존 수술을 받고 후반기에 복귀한 이의리는 여전히 화요일과 일요일 2번 등판은 무리인 상황이다. 아울러 네일을 가능한 많이 등판시켜 승리 확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이 감독에 따르면 9일과 10일 광주 삼성전은 네일과 이의리가 차례로 등판하고, 11일 광주 롯데전은 김도현이 나선다. 12일 광주 두산전은 아담 올러, 13일과 14일 잠실 LG전은 양현종과 네일이 등판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경기력이 제일 중요하다. 선수들도 경기할 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고 있다. 더 좋은 경기력이 자꾸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준비하면서 시즌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