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불펜의 구원자는 누가 될까.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LG에게도 아직 고민은 있다. 바로 불펜이다.
이 시기라면 그동안 던졌던 투수들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필승조가 튼튼하게 갖춰졌어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투수들이 많다. 4년간 52억원을 주고 영입했던 장현식은 7월에 3승1패 1세이브 1홀드에 평균자책점 2.13으로 좋은 피칭을 했다. 그런데 8월에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5.91로 부진했고, 이 부진은 9월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6월에 상무에서 제대해 팀에 큰 플러스 알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이정용은 구속이 예전보다 떨어져 기복이 큰 편. 부상에서 돌아온 함덕주도 좋을 때와 안좋을 때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시즌 초'미스터 제로'로 맹활약했던 박명근은 시즌을 치를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고 백승현 역시 필승조로 내기엔 여전히 불안하다.
그나마 마무리 유영찬과 베테랑 김진성이 굳건히 지켜주고 있는데다 고졸 신인 김영우가 착실히 성장해 필승조로 안착한 것이 가장 큰 소득이 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이정도의 불펜으로 플레이오프 승리팀을 상대하기엔 불안한 것이 사실.
그래도 구원군이 있다. 바로 선발진에서 1명이 불펜으로 온다. LG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어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경우 염경엽 감독은 선발진을 4선발로 기용할 계획이다. 선발진은 사실 5인 로테이션으로 해도 될 정도로 5명이 모두 좋은 게 사실이다. 새롭게 와서 압도적 피칭을 보여준 앤더스 톨허스트에 12승을 거두며 후반기에 안정된 요니 치리노스가 있고 임찬규 손주영과 송승기 등 국내 투수들 역시 안정감이 있다.
5명의 선발 중 1명을 불펜으로 보내면 불펜진에 확실히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LG는 지난해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이었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꿔 불펜을 강화한 것이 신의 한수가 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톨허스트와 치리노스, 임찬규는 선발으로 확정적이다. 왼손 투수인 손주영과 송승기 중 한명이 불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손주영은 지난해 5선발로 9승을 거두며 LG의 왼손 선발 갈증을 해소시킨 주인공이었다. 평균자책점 3.79로 전체 8위, 국내 투수 2위의 성과를 얻었다. 올시즌엔 9승6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 중. 송승기는 올해 LG가 발굴한 두번째 왼손 선발이다. 지난해 상무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뒤 올해 5선발로 기회를 얻어 모두를 놀래키는 성과를 냈다. 10승5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 중. 128⅓이닝을 던져 규정이닝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염 감독은 아직 확정을 하진 않은 상황. 그러나 순위가 확정된 뒤엔 불펜으로 갈 투수를 정해 정규시즌 막판에 불펜으로 투입해 적응기를 가질 예정이다.
보통은 5선발이 중간계투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보면 송승기가 불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손주영이 활약하면서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시리즈 선발로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올시즌 성적만으로만 본다면 송승기도 충분히 선발로 낼 수 있다. 올해 첫 등판부터 부담이 큰 경기들에서 자기 피칭을 해왔다. 누굴 선택해야할지 아직은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주영과 송승기 중 누가 불펜으로 오더라도 불펜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발로 던졌기에 2이닝 이상도 던질 수 있기 때문에 선발이 일찍 강판 됐을 때 롱릴리프로 나설 수도 있고, 다른 불펜 투수들이 불안할 때는 2이닝이상을 막아줄 수도 있다. 선발에서 탈락한다기 보다 불펜을 도와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다.
일단 LG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것이 먼저다. 16경기씩 남은 가운데 2위 한화 이글스에 5경기차로 앞서 있어 여유가 있지만 염 감독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라고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