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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3연전의 첫날 필라델피아는 4회 터진 브랜든 마시-해리슨 베이더의 백투백 홈런을 앞세워 9대3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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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떨어진 공을 두고 몇몇 관중이 경쟁을 벌였고, 이내 바닥에 구른 공을 한 남자가 잡았다. 공을 손에 쥔 드류 펠웰은 약 5~6개 좌석 떨어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뒤 아들 링컨에게 자랑스럽게 선물했다. 아들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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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은 백발의 중년 여성팬이 달려들어 "당신이 내 공을 빼앗아갔다"며 공격적인 태도로 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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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이 여성을 향해 폭발적인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관중의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기양양하게 베이더의 홈런볼을 손에 쥔 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주변의 야유에 당당하게 검지손가락을 흔드는 동작으로 답하기도 했다.
알고보니 이 가족은 아들 링컨의 생일을 기념해 야구장을 찾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 양 구단에 찬사가 쏟아졌다.
난감했던 당일 상황은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란 슬로건으로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와 마찬가지로 미국 야구에서도 어린 팬은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가뜩이나 시청층의 노령화로 고민이 많은 메이저리그다. 선수들이 아낌없이 사인을 해주고, 가능하다면 관련 물품도 선물하는 등 어린 팬들을 챙기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심지어 소년에게 주어진 공을 강탈하고, 주변의 만류에도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층 더 여론의 분노를 자극하는 모양새.
경기 후 NBC스포츠센터의 패널들도 한 목소리로 해당 여성을 비판했다. 주관방송사인 NBC 필라델피아는 '전후 과정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라'는 열화와 같은 요구에 못 이겨 상세한 비하인드컷을 공개했다. 스포츠 관람시 법적인 초상권이 인정되지 않는 건 한국과 미국 모두 마찬가지. 특히 미국은 공공장소에선 찍히지 않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SNS를 통해 뜨거운 화제가 된 이 사건은 뉴욕포스트와 ABC뉴스 등 관련 매체를 통해 한층 더 뜨겁게 확산됐다.
필라델피아 팬은 '필리건(필라델피아+훌리건)'으로 불릴 만큼 미국 야구에서도 가장 열정적인 팬덤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한국으로 따지면 '김여사' 쯤의 멸칭에 해당하는 '캐런'을 더해 해당 여성은 '필리건 여자', '필라델피아 캐런' 등으로 불리며 웹상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9일(한국시각)에는 한 트레이딩카드업체가 해당 여성을 향해 "문제의 홈런볼에 '미안해'라고 써서 자신들에게 주면 5000달러(약 700만원)를 지불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년 링컨에게 전달하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베이더의 홈런볼이 돌고돌아 링컨의 손에 돌아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