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국 야구팬들도 모두 이름은 들어봤을, 대만야구의 영웅. 린즈셩이 43세의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마치 드라마같은 홈런을 터뜨렸다.
대만프로야구(CPBL)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인 린즈셩은 자신의 현역 마지막 타석에서 최다 홈런 기록을 305로 늘렸다.
웨이취안 드래곤즈 소속으로 뛰던 린즈셩은 일찌감치 올 시즌 예고 은퇴를 선언한 상태. 지난 7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타이강 호크스와의 경기가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다.
린즈셩은 타이베이돔에서 자신의 은퇴를 기념해 열린 3연전에서 9타수 무안타로 침묵 중이었다. 1982년생인 그는 올해 43세. KBO리그 최고령 선수로 올해 은퇴를 선언한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과 동갑이다.
올 시즌 홈런 없이 2할 초반대 저조한 타율에 시달리던 그는 은퇴 시리즈에서도 감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지막 6회말 타석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웨이취안이 10-0으로 크게 앞서고있던 상황. 린즈셩은 마지막이 될 타석을 앞두고, 일부러 천천히 타석에 들어섰다.
타이베이돔을 채운 약 4만명의 팬들이 각자 카메라를 꺼내들고, 목놓아 그의 응원가를 불렀다. 린즈셩은 좌석을 돌아보며 아주 천천히 타석에 섰다. 사실 경기 중에 타자가 일부러 타석에 천천히 들어서는 것은 경고를 받을 일이지만, 심판도 아무런 제스춰를 취하지 않았다. 레전드의 마지막 타석에 대한 예우였다.
린즈셩은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후 헬멧을 벗어 관중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작별 인사였다. 그리고 은퇴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1B에서 2구째 들어오는 한가운데 공을 완벽한 타이밍에 풀스윙을 했고, 이 타구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이 됐다.
은퇴 경기, 은퇴 타석에서 친 홈런. 린즈셩은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며 다이아몬드를 돌았고, 타이베이돔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달아올랐다. 웨이취안 팀 동료들뿐 아니라, 상대팀인 타이강 감독과 동료들까지 린즈셩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레전드의 완벽한 해피 엔딩.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가장 멋진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이였다. 그가 최근 경기 기량이 뚝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마치 야구 만화에서 나오는듯한 장면이다.
린즈셩은 은퇴 경기가 끝난 후 대만 '리버티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홈런으로 커리어를 마칠 수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팬들이 보고 싶어했던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며 감격했다.
대만 국가대표로도 20년간 활약했던 린즈셩은 라미고 몽키스, 중신 브라더스를 거쳐 2022시즌부터 웨이취안에서 뛰고 있었다. 대만에서만 22시즌 동안 활약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다. 프로 최전성기에는 유격수가 주포지션이었지만, 1,2,3루까지 내야 전 부문 소화가 가능했다. 통산 성적은 1719경기 1860안타 305홈런 타율 3할8리.
그는 선수에서 은퇴한 후, 곧장 웨이취안 구단의 코치로 임명됐다. 웨이취안 구단은 "오늘부터 린즈셩은 웨이취안 선수에서 코치로 전향한다. 우리는 그의 타격에 대한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그가 물려줄 진정한 유산인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통해 배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